이도류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10월 10일(목) 22:30 가가
‘이도류’는 일본 검술에서 쓰는 말로 양손에 각각 칼을 쥐고 싸우는 검법을 말한다.
요즘은 체육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도류’하면 우선 떠오르는 선수가 MLB(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일본 출신의 오타니 쇼헤이다.
그는 16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이자 MBL 역사상 첫 ‘50-50’의 신기원을 연 타자이기도 하다. 마운드와 타석을 오가던 그는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올 시즌 타자로만 전념했고, 54홈런-59도루라는 만화 같은 기록을 만들었다.
광주FC의 허율은 ‘축구계의 이도류’로 최근 화제가 됐다.
광주 금호고 출신의 허율은 ‘대형 신인’으로 주목받으면서 2020년 광주 유니폼을 입었다. 193㎝ 큰 키로 제공권 싸움에서 이점을 가진 그는 스피드까지 갖춘 특급 공격수 자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확고한 자신의 자리를 구축하지 못했던 허율은 올 시즌 과감한 변화를 감행했다. 이정효 감독의 권유로 그는 시즌 중반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팀의 ‘수비’가 흔들리자 허율은 뒤로 물러나 광주의 높이를 더했다. 시즌 초반 교체멤버였던 그는 포백으로 선발 출장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6일 서울전에서 다시 공격 전면에 선 그는 0-0으로 맞선 후반 28분 오른발로 서울 골대를 가르면서 3-1 승리를 이끌었다. 센터백 자리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생각하면서 만든 결과라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시즌 중반 포지션 자체를 바꾸는 것은 사실 도박이나 다름없다. 허율은 낯선 변화를 ‘기회’로 생각하면서 양손에 칼을 쥐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많은 노력과 준비를 통해 그는 두 자리에서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많은 재능이 때로는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KIA를 대표했던 투수 윤석민은 선발로서도 마무리로서도 최고의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윤석민은 지도자들의 욕심에 두 자리를 오가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부상 여파로 77승 86세이브라는 기록을 남기고 일찍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역대급 재능에도 100승도 100세이브도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
요즘은 체육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도류’하면 우선 떠오르는 선수가 MLB(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일본 출신의 오타니 쇼헤이다.
광주FC의 허율은 ‘축구계의 이도류’로 최근 화제가 됐다.
광주 금호고 출신의 허율은 ‘대형 신인’으로 주목받으면서 2020년 광주 유니폼을 입었다. 193㎝ 큰 키로 제공권 싸움에서 이점을 가진 그는 스피드까지 갖춘 특급 공격수 자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확고한 자신의 자리를 구축하지 못했던 허율은 올 시즌 과감한 변화를 감행했다. 이정효 감독의 권유로 그는 시즌 중반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팀의 ‘수비’가 흔들리자 허율은 뒤로 물러나 광주의 높이를 더했다. 시즌 초반 교체멤버였던 그는 포백으로 선발 출장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많은 재능이 때로는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KIA를 대표했던 투수 윤석민은 선발로서도 마무리로서도 최고의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윤석민은 지도자들의 욕심에 두 자리를 오가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부상 여파로 77승 86세이브라는 기록을 남기고 일찍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역대급 재능에도 100승도 100세이브도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