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10월 07일(월) 22:00
국회의 중요한 기능 중 빼놓을 수 없는 권한이 국정감사다.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 지 여부를 감시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로, 국회의원 활동의 꽃으로도 불린다.

매년 ‘맹탕 국감’, ‘정쟁 국감’ 등의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국감은 지난 1988년 민주화를 통해 회복한 엄연한 국회의 핵심 권한이다.

국감은 제헌헌법에 근거를 두고 1949년부터 꾸준히 시행되다가 박정희 정권 때 사라졌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좋아할 리 없었던 정권은 1972년 유신헌법을 통해 국정감사권을 삭제했다. 유신 체제가 끝나고 5공화국이 들어선 뒤에도 국감은 재개되지 못했다.

국감의 부활은 87년 6월 항쟁의 성과였다. 민주화의 열망으로 이뤄진 9차 개헌을 통해 국감은 1988년 부활했다. 이후 이뤄진 첫 국정감사는 제 5공화국 시절 비리와 불법이 낱낱이 파헤쳐지면서 국민들이 국회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장으로 역할을 했다.

국감 부활 30년이 넘은 지금은 어떤가. 행정부 견제·감시라는 순기능보다 ‘부실·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올해도 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6일 간 17개 상임위원회에서 무려 802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전문적 식견을 통한 비판과 견제, 대안 제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정부와 여당 움직임도 우려를 키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등 의원들은 지난 2일 만찬 자리에서 “우리는 하나”라고 외쳤다고 한다. 국감을 앞두고 피감기관과 여당 의원들이 함께 자리를 하는 것부터 적절하지 않다.

공천 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채 해병 사건의 징계 무마 의혹 등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면 자칫 국정에 대한 지적과 비판, 대안 제시보다 정부 감싸기에 골몰하려는 듯한 행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바람직한 국정 운영을 위한 국감의 내실화를 추구하는 것,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원들 책무다. 스스로 국감의 본질을 훼손해서야 되겠는가.

/김지을 정치부 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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