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 30주기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09월 29일(일) 22:00
올해는 김남주(1946~1994) 시인 타계 30주년이 되는 해다. 김남주는 70·80년대 탄압에 맞서 싸운 ‘전사시인’이자 올곧은 목소리로 한국문단을 일깨운 ‘민족시인’이었다.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며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혁명 시인’이기도 했다. 시인이 떠난 지 한 세대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자유와 통일, 민중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뜨겁게 살아있다.

해남에서 태어난 시인은 해남중을 졸업하고 광주제일고에 입학한다. 그러나 획일적인 입시 교육에 반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로 전남대 영문과에 들어간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반유신 지하신문인 ‘함성’을 제작하는 등 반독재 투쟁을 전개한다. 그러나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이후 1974년 ‘창작과 비평’(여름호)에 ‘진혼가’ 등을 발표하며 창작활동을 펼친다. 이후 농민운동에도 나섰던 김남주는 1979년 ‘남민전사건’으로 체포돼 다시 영어의 몸이 된다.

올해 30주기를 맞아 28~29일 고인의 고향 해남에서 추모문학제가 열렸다. 김남주기념사업회(회장 김경윤)가 주관한 문학제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을 비롯해 시노래극, 학술심포지엄, 걸개 시화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시노래극 ‘은박지에 새긴 사랑’은 시인의 10여 년 감옥생활과 이를 옥바라지했던 한 여인의 헌신적인 사랑을 담아 감동을 줬다.

광주 중외공원 언덕에는 고인을 기리는 ‘노래’라는 시비가 있다. 시인으로, 혁명가로, 한 인간으로, 역사 앞에 바로 서고자 했던 고인의 정신이 담겨 있다.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시인은 그렇게 온몸으로 독재와 불의에 항거했다. 탄압의 역사, 오욕의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굳은 결의 때문이었다. 혹자는 오늘을 일컬어 공정과 정의와 상식이 무너진 무도한 시대라고 말한다. 당장은 억압과 술수가 통할지 모르지만 언제고 진실은 들어나게 될 것이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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