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과 김도영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09월 27일(금) 00:00
10년 전 가을 서건창에게 “고향에서 새로운 기록을 이룬 소감”을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선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묵묵한 표정으로 “실감이 안 난다. 우상이었던 선배와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답을 했다. 당시 넥센 소속이었던 서건창은 10월 13일 챔피언스필드에서 KIA를 상대로 안타를 추가하면서 광주일고 선배 이종범의 ‘196안타’를 넘어 최다안타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이후 남은 3경기에서 4개의 안타를 추가하면서 ‘꿈의 200안타’를 넘어 201안타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또 서건창은 최종전에서도 홈인에 성공하면서 ‘135’라는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남겼다. 육성선수로 사연 많은 출발을 했던 ‘잡초’ 서건창은 ‘야구 천재’의 이름을 지우고 이해 리그 MVP로 등극했다. 10년 후 그는 고향팀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선수가 됐다. 2024년 가을, 다시 서건창에게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기록을 지켜본 소감은?”

서건창은 이번에는 자신의 기록이라도 되는 듯 상기된 표정으로 “실력 있는 선수가 잘해서 기록을 깬 것이다. 축하한다. 대단하다. 앞으로 어떤 역사를 세워나갈지 기대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3일 삼성전에서 KIA의 1번 타자로 나선 김도영은 첫 타석에서부터 벼락같은 스윙으로 담장을 넘겼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스스로 홈에 들어온 김도영은 서건창이 지켜보는 앞에서 ‘136득점’이라는 새 기록을 만들었다.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도영은 “팀에 도움이 되는 기록이라 영광스럽다”면서도 “인정 못 하는 느낌이다”고 머쓱한 소감을 말했다.

서건창이 135득점을 만든 2014시즌에는 9구단 체제 128경기가 열렸다. 144경기 체제, 136번째 경기에서 기록을 세운 김도영은 서건창에 대한 존경심을 이야기했다.

스타 선수 출신의 이범호 감독부터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 등 리그를 대표하는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한 KIA.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KBO리그의 기록이 된 서건창과 김도영까지 ‘팀’으로 하나가 돼 만든 승리와 기록이 KIA의 정규시즌 우승을 완성했다.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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