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호외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09월 25일(수) 22:00 가가
일본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보고 있자면 그저 감탄만 나온다. 평소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오타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프로무대, 그것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살아남는다는 메이저리그에서 타자와 투수를 같이 병행해 만화 같은 성적을 내고, 최근에는 전인미답의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의 능력치가 언제 어떤 기록을 또 새롭게 만들어낼 지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엄청난 시선에 부담이 생길 법도 하건만 묵묵히 또 계속 전진하고 있는 것도 참 대단하다.
이제 갓 30세인 오타니가 뛰어난 것은 그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에 있다. 훤칠한 키, 건장한 체격 등 신체적인 조건도 있겠지만, 그의 초현실적인 지금은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엄청난 훈련, 절제된 일상, 목표를 향한 집념, 철저한 계획과 실천력, 흔들림 없는 인성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루틴’의 기적을 만들어낸 그는 훈련, 식사, 잠에 철저히 시간을 분배하고 단 한 번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왔다고 한다.
부러운 것은 또 있다. 지난 9월 20일 오타니가 50-50을 달성하자마자 일본 신문사들은 일제히 호외(號外)를 발행하며 일본 국민들과 기쁨을 함께 했다. 행인들이 호외를 나눠주는 신문사 직원들 앞에 몰려들어 한 부씩 챙겨 꼼꼼히 오타니의 업적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호외는 돌발적인 사건, 사고, 재해, 스포츠 경기 결과 등 세간의 관심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뉴스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호수 이외에 신문사가 발간하는 인쇄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신문의 설 땅은 더욱 더 좁아지고 있다. 요즘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신문 없는 세상 또한 상상할 수 없다. 사라질 위기 속에서도 누군가는 신문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만나는 경제인들은 모두 새벽 일찍 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지금 커가고 있는 이 지역 어린이·청소년 체육인 가운데 누군가 오타니를 뛰어넘는 역사에 길이 남을 활약을 펼쳐 호외를 제작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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