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殉葬)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9월 22일(일) 22:00 가가
고대에는 순장(殉葬)이 왕족과 귀족의 장례를 치를 때 드물지 않은 풍속이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지증왕 3년, 502년)에는 “춘삼월 왕이 영을 내려 순장을 금지했다. 그 전에는 국왕이 죽으면 남녀 각 다섯 명씩을 순장했는데, 이 때에 이르러 금지했다”는 기록이 있다. 경주 황남대총 남·북분 10여 명, 천마총 5명, 쪽샘 44호분에서 5명 이상 순장이 행해진 사실이 발굴로 밝혀지기도 했다. 최근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도 순장이 확인됐다. 피장자와 순장자의 치아를 분석한 결과 120-2호분에 묻힌 사람은 12~15세 젊은 여성으로 추정됐다. 금동관과 금동관모 등 화려한 장신구를 착장한 것으로 미뤄 신라 왕족이나 최고위 귀족층으로 여겨진다. 놀랍게도 이 여성의 발치 아래에 순장된 여아의 나이는 3살 안팎이었다. 연구팀은 어린이는 주인의 비녀(婢女·여종)로 태어나 지증왕이 순장을 금지할 무렵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라와 달리 영산강 유역 마한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순장이 확인된 사례는 없으나 가능성은 언급된 적이 있다. 이주헌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장은 ‘나주 정촌고분 1호 석실 피장자의 성격 재검토’ 논문에서 정촌고분이 순장의 증거라는 견해를 제기했다. 정촌고분 1호실에서 발견된 목관 세 개가 동시에 안장됐다는 게 골자다. 그는 순차적으로 이뤄진 추가 매장 흔적이 보이지 않고 발굴 유물에서도 신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신분이 낮은 순장자들이 매납된 두 개의 관과 달리 또 하나의 관에는 금동신발의 주인이 매장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금동신발의 주인은 40대 여성으로 수장급 인물로 추정된다. 이 실장의 논문은 2020년 발표 당시 눈길을 끌었으나 학계에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정촌고분 피장자들이 모두 세차례에 걸쳐 안장됐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고대의 순장제도가 얼핏 잔인한 매장풍속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순장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본질은 따로 있지 않을까. 추모하는 방식은 달랐으나 망자를 그리워하고 죽음을 애달파하는 마음은 현재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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