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수·감독·구단 ‘3박자’…최강 호랑이 군단 만들었다
2024년 09월 18일(수) 21:00
KIA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
부상 악재가 선수들 강하게 해
마운드 줄부상에 신인들 활약
베테랑 최형우 부상에
김도영 ‘신 해결사’ 역할
이범호 감독 믿음의 야구
타이거즈 안정적으로 이끌어

7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한가위 대보름달 아래서 ‘샴페인 샤워’로 정규리그 1위 확정을 자축했다. KIA 선수단은 지난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경기 후 한국시리즈 직행 확정 세리머니를 한 뒤 곧바로 한강에 인접한 서울 서초구 세빛섬 마리나파크로 이동해 정규리그 우승 축승회를 열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호랑이 군단’이 2024시즌 우승팀이 됐다. 선수·감독·구단 ‘3박자’가 만든 놀라운 결과다.

KIA는 지난 17일 마침내 정규시즌 우승을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트렸다. 잠시 LG에 1위를 내준 적은 있지만 KIA는 시즌 내내 선두자리를 지키면서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팀이 됐다.

위기의 순간은 많았다. 마운드 부상이 이어지면서 올 시즌을 시작했던 선발진에서 양현종 홀로 남았다. 마무리 정해영도 어깨 통증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타석에서도 부상은 키워드였다.

베테랑 최형우가 지난 시즌 막판 쇄골 분쇄 골절을 당했었고 나성범, 박찬호, 김도영 등도 스토브리그에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예상치 못한 변화도 있었다.

심재학 단장이 새로 팀에 합류한 뒤 이범호 감독도 일찍 지휘봉을 들었다. 초보 단장과 감독 조합에도 우려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결과는 압도적인 1위였다 .

시즌 종료까지 7경기를 남겨둔 KIA는 2위 삼성을 8경기 차로 밀어낸 상황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부상 악재가 선수들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선발진이 잇달아 부상으로 빠졌지만 황동하와 김도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중반 선발이라는 중임을 맡은 이들은 착실하게 마운드를 지키면서 우승 행보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해영이 자리를 비웠을 때는 필승조 장현식·전상현이 힘을 냈다. 2년 차 곽도규도 씩씩한 피칭으로 자신의 입지를 넓혔다.

베테랑 최형우는 부상을 완벽하게 털어내고 결정적인 순간 노련함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사령탑의 믿음 속에 김도영도 날개를 펼치면서 ‘신해결사’가 됐다. 기록 행진을 이어간 김도영은 관중석을 뜨겁게 달구면서 성적·흥행에서 수훈선수가 됐다.

고향팀으로 돌아온 서건창의 알짜배기 활약 속 한준수는 듬직한 안방 마님으로 성장하면서 쉴 틈 없는 타선을 만들어냈다. 내야의 사령관으로 자리한 박찬호와 슈퍼 백업이 된 홍종표도 눈에 띄었다. 이우성은 1루 변신으로 내·외야의 옵션을 넓혀주었다.

다른 이들의 위기는 기다리는 자들의 기회가 됐고, 지난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던 선수들은 ‘가을 잔치’를 위해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범호 감독의 ‘인내’는 위기의 KIA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부상 위기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범호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부상 선수들의 차분한 복귀를 강조하면서, 선수들 성향에 맞게 기회를 부여하면서 기다렸다.

스프링 캠프 중반 급히 사령탑에 올랐던 만큼 스스로도 기다렸다. 초반에는 신중하게 선수들을 파악하고, 상대팀과 감독도 분석했다.

이범호 감독은 “성급하게 감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선수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내 스스로도 위축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초반에는 작전도 안 냈다”며 돌다리도 두드려가면서 결승선을 준비했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동료와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선수들을 세밀하게 지켜본 그는 또 맞춤형으로 투입하면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현장 중심’의 구단의 발 빠른 움직임도 우승 질주를 이끌었다.

‘마운드 왕조’ 재건을 위해 투수 자원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던 KIA는 미국 드라이브 라인과 트레드 애슬레틱에 유망주들을 파견하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구단 자산 가치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인 KIA는 황동하로 선발 공백을 메우고, 김기훈의 막판 활약으로 우승 행보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KIA는 이미 원정 ‘1인 1실’ 제도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도 빨랐다.

선발진의 부상 위기는 있었지만 구단은 발 빠르게 대안을 마련해 빈틈을 최소화했다. 제임스 네일이 타구에 맞아 턱 관절 골절 부상을 입으면서 막판 순위 싸움에 큰 변수가 발생했지만 KIA는 바로 대체 외국인 선수 에릭 스타우트를 영입했다. 네일 부상 후 스타우트가 첫 등판에 나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8일이었다.

한마음 한뜻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이룬 KIA는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쥐고 ‘V12’을 위한 도전을 이어간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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