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넘버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09월 12일(목) 22:00 가가
KIA 타이거즈가 ‘매직넘버’를 세고 있다. 매직넘버는 우승하는 데 필요한 승수를 말한다. KIA가 승리하면 매직넘버 하나가 줄어든다. 2위 삼성이 패하면 자연스럽게 숫자가 하나 더 준다. KIA는 5일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서건창의 끝내기 안타로 매직넘버를 10으로 만들고 우승을 향한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눈앞에 고지가 보이지만 올 시즌을 돌아보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고전했던 KIA는 올 시즌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을 영입했다. 여기에 토종 좌완 트리오 양현종-이의리-윤영철로 선발진이 구성됐다.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는 현재, 이들 중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크로우와 이의리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전반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2년 차 윤영철은 7월 척추 피로 골절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8월에는 에이스 네일이 경기 도중 타구에 얼굴을 맞아 턱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선발진이 이렇게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여기에 마무리 정해영도 어깨 염증으로 40일 넘게 자리를 비웠다. 역대급 마운드 부상 악재에도 KIA는 1위를 달려왔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게 주효했다. 네일이 24일 부상을 당하자 KIA는 ‘플랜B’를 가동해 대만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우트를 영입했다. 스타우트는 8월 27일 입국해 9월 1일 첫 경기를 치렀다. 일사천리로 빈틈을 채운 KIA는 네일의 회복에도 주력했다. 덕분에 네일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 6일 키움전 ‘깜짝 시구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발빠르게 움직인 심재학 단장, 이범호 감독은 급할수록 돌아갔다. 잇단 부상 악재에도 이범호 감독은 ‘완벽’을 이야기했다. 선수시절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는 만큼 이 감독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부상을 대했다. 오히려 선수들이 급한 마음에 서두르기도 했지만 긴 안목에서 시즌을 내다봤다. 천천히 완벽한 재활을 이야기했고, 그 사이 기회를 얻은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KIA는 1위를 지켰다. 급할수록 돌아간 길이 결국은 지름길이 됐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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