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쪽 난 광복절…통합의 메시지는 없었다
2024년 08월 16일(금) 00:00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두 동강 난 상태로 개최됐다. 정부가 주최하는 경축식이 어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데 반해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참석한 경축식은 같은 시각 정부 행사장에서 3.4㎞ 떨어진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것이다.

사상 초유의 두 쪽 난 광복절 경축식은 광복회 등이 ‘친일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기 위해 별도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종찬 광복회장에 대한 설득을 시도했지만 별도의 경축식을 막지는 못했다. 민주당 등 야당의 불참은 차치하더라도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가 빠진 광복절 경축식은 있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다.

두 쪽 난 경축식도 그렇지만 통합의 메시지 대신 분열의 메시지를 전한 윤석열 대통령의 경축사가 더욱 안타깝게 한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가 자유사회를 교란시킨다”며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하는 이들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반자유·반통일 세력”이라고 분열의 책임을 참석하지 않은 측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광복절인데도 일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사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지만 일본과 대등한 역량을 갖춘 만큼 한일관계를 굳이 지적하지 않은 것은 ‘극일’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는데 어불성설일 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과정의 굴욕 외교 비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두 쪽 난 광복절 경축식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중용해온 윤석열 정부는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정점에 서게 됐다.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인사를 통해 통합의 메시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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