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발언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08월 15일(목) 22:30 가가
각본 없는 드라마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2024 파리 올림픽이 지난 12일 폐막식을 갖고 17일 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인 14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금 5개, 종합 순위 15라는 목표를 넘어 금 13·은 9·동 10 종합 8위를 달성했다.
선수들의 혼신을 다한 플레이는 메달의 수, 메달의 색보다 값졌다. 밤을 잊은 국민들은 태극전사들과 함께 뛰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올림픽을 즐겼다.
하지만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의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되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빛나는 주인공이 된 안세영은 선수 인생 최고의 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노력의 결실인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은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다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후폭풍은 거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고,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진종오 의원은 ‘체육계 비리 국민제보센터’를 개설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안게임 부상 투혼을 애타게 지켜봤던 국민들은 이번 여름 적수 없던 안세영의 활약에 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고백을 통해 지난 10개월이 어떤 시간이었는지 알게 된 국민들은 함께 분노했다. 안세영은 올림픽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두 팔을 옆으로 크게 펼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었다. 많은 것이 담긴 안세영의 몸짓과 표정이었다.
“왜 하필 지금?”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잔치를 망쳤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 안세영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우리는 많은 스포츠 종목의 비리와 논란을 지켜봤다. 많은 선수가 희생양이 되는 모습도 수없이 지켜봤다. 더 이상 스포츠 팬들에게 ‘결과’가 전부가 아니다. 안세영의 목소리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wool@kwangju.co.kr
하지만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의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되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빛나는 주인공이 된 안세영은 선수 인생 최고의 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노력의 결실인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은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다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왜 하필 지금?”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잔치를 망쳤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 안세영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우리는 많은 스포츠 종목의 비리와 논란을 지켜봤다. 많은 선수가 희생양이 되는 모습도 수없이 지켜봤다. 더 이상 스포츠 팬들에게 ‘결과’가 전부가 아니다. 안세영의 목소리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