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에 관한 짧은 생각 - 김해리 동신대 한의학과 1년
2024년 07월 30일(화) 00:00
10대 때에는 막연히 대학 생활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20대가 시작된다는 기대감, 드디어 성인으로서 자유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해방감에 설레기도 했지만, 긴긴 코로나19의 시작과 함께 현실을 자각하는 시간이 왔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지만, 나 자신에게 만큼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존재론적 방황을 겪으며, 여전히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의 명언 ‘우리 인생은 우리의 생각이 만드는 것’, 유행하던 노래 ‘말하는 대로’의 가사처럼 내 인생이 온전히 나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막상 두렵기도,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던 즈음에 명상을 시작하면서 ‘마음챙김’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마음챙김이란 뭘까. 내가 이해한 마음챙김의 개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결과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태도로 내가 처한 맥락과 그것의 가변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맥락을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어떻게 변화하는 지에 주의를 집중하는 데서부터 상황의 본질에 가까워지면서 문제의 해결 여부와 관계없이 통제력과 여유가 생긴다.

그렇다면 마음챙김은 나에게 어떠한 좋은 변화를 만들었을까? 마음챙김이 이루어질 때 우리에게는 크게 3가지 변화가 생긴다. 첫째로, 새로운 범주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천장의 전구 교체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보통 키가 큰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쩌면 키가 작은 사람이 나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사다리 위에서 불안해하지 않을 담력이 있다면 말이다. 우리는 보통 신체적인 장애를 개인의 능력 결핍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소음이 있는 업무 환경이라면, 청각장애가 있는 유능한 개발자는 같은 능력을 가진 다른 개발자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 변하는 맥락을 반영하지 않고, 고정관념으로 설정된 범주에 의지해 단순히 표면적인 기술만 고려하면 이런 이점들을 놓치게 된다.

두번째로,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지게 된다. 아직 나는 경험한 적이 없지만, 이런 자세가 발전하면 내가 아는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나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만을 안다’는 말을 체화하게 되는 것일까. 예를 들어 나와 동업한 A에 대해 평소에 완고하고 고집스럽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치자. 하지만 자신만의 철칙을 지키고자 하는 A의 작은 노력들을 인지하면서부터 그를 오히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동업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놓침의 상태에서는 상황 혹은 사람을 내 관점 안에 가두고, 마치 그것이 불치병이라도 걸린 양 장점들을 놓치게 되고, 결국 그 상황 혹은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을 놓치게 된다.

세번째로, 내 상황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부족한 면을 상황 탓으로 돌리곤 한다. 예를 들면, 나는 그저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인데, 동업자 A가 나에게 무례하다고 했다고 해보자. 실제로는 이 상황에 있었던 관찰자 수만큼의 관점이 존재할 수 있지만, 내 관점에서만 감정을 키우게 되면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러 관점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너와 나 모두 옳을 수 있고, 그보다 더 먼저 내가 한 언행이 내가 원했던 효과를 나타냈는지 돌아보게 된다.

많은 것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 때문에 저명한 신경학자나 심리학자의 통찰을 찾게 되고, 또 새롭게 시야로 들어와서 마음에 닿게 된다. 지금 우리는 서점에 가거나 유행하는 교양 프로그램의 영상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어깨에 쉽게 오를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심오한 개념들 속에서 가장 즉각적인 시작점은 나의 마음을 챙기고 내 몸과의 상호작용에 주시하는 것이다. 바로 그 행동에서부터, 내가 일상에서 저지르는 온갖 어눌함에 대한 실질적인 수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청년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 불완전한 아름다움과 찬란한 패기에 감사하면서 슬기롭게 자신을 그려나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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