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개념 확장 첫 걸음” vs “가족제도 근간 흔들어”
2024년 07월 22일(월) 19:50 가가
동성 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지역 분위기
법적 권리 첫 인정 환영…공단, 가이드라인 개정할지는 의문
“한국 정서와 안맞고 동성애 합법화 단초 제공” 우려 목소리도
법적 권리 첫 인정 환영…공단, 가이드라인 개정할지는 의문
“한국 정서와 안맞고 동성애 합법화 단초 제공” 우려 목소리도
대법원이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함에 따라 광주·전남 지역 성소수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종교계 등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이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22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만난 동성애 커플들은 “제한적이나마 성소수자의 법적 권리가 최초로 인정됐다”며 판결을 반겼다.
광주에서 동성과 커플관계를 5년째 이어온 30대 A씨에게 이번 판결은 남다르다. 지난해 A씨의 동성연인이 맹장 수술을 받았을 당시 보호자로 인정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병원에서 보호자로 인정 받지 못해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할 수 없었다”며 “결국 연인의 가족이 올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A씨 커플처럼 그동안 법적 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던 동성 부부들이 이번 판결을 통해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음’을 인정받게 됐다.
특히 가족과 단절한 성소수자가 많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응급상황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더 반가운 판결이 됐다.
이번 판결을 두고 단순히 동성 부부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광주·전남지역 성소수자들의 인권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인권지기 활짝’의 서유진 활동가는 “우리 사회엔 동성 부부는 물론이고 비혼 출산, 동거, 한부모 가족, 조손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데 법과 제도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누가 누구를 돌볼 것이냐는 문제와도 밀접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법이 ‘동성혼’을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동성 부부가 당장 사회보장서비스를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성 연인과 광주에서 2년째 동거를 하고 있는 30대 B씨는 “피부양 자격이 인정된다고 해서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법적 부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피부양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실혼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데 이성 연인보다 동성 연인에게 더 많은 증빙서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과정에서 직장에 ‘아웃팅’(동의 없이 성적 지향 등을 공개하는 행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위서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건강보험공단은 물론 행정기관이 행정 서비스에서 성별과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다만 건강보험공단이 판결 이후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거나 새로 마련할지 의문이다. 되레 해당 지침을 공백 상태로 두거나 오히려 수급권을 축소하지 않는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동성 부부에게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데 대해 한국 사회의 정서와 맞지 않는데다 사회질서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박병주 광주열린교회 목사는 “추후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 같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출산으로 미래가 암울한 대한민국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관 김선수)는 지난 18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하지만 종교계 등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이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광주에서 동성과 커플관계를 5년째 이어온 30대 A씨에게 이번 판결은 남다르다. 지난해 A씨의 동성연인이 맹장 수술을 받았을 당시 보호자로 인정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병원에서 보호자로 인정 받지 못해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할 수 없었다”며 “결국 연인의 가족이 올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가족과 단절한 성소수자가 많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응급상황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더 반가운 판결이 됐다.
광주·전남지역 성소수자들의 인권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인권지기 활짝’의 서유진 활동가는 “우리 사회엔 동성 부부는 물론이고 비혼 출산, 동거, 한부모 가족, 조손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데 법과 제도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누가 누구를 돌볼 것이냐는 문제와도 밀접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법이 ‘동성혼’을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동성 부부가 당장 사회보장서비스를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성 연인과 광주에서 2년째 동거를 하고 있는 30대 B씨는 “피부양 자격이 인정된다고 해서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법적 부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피부양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실혼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데 이성 연인보다 동성 연인에게 더 많은 증빙서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과정에서 직장에 ‘아웃팅’(동의 없이 성적 지향 등을 공개하는 행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위서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건강보험공단은 물론 행정기관이 행정 서비스에서 성별과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다만 건강보험공단이 판결 이후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거나 새로 마련할지 의문이다. 되레 해당 지침을 공백 상태로 두거나 오히려 수급권을 축소하지 않는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동성 부부에게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데 대해 한국 사회의 정서와 맞지 않는데다 사회질서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박병주 광주열린교회 목사는 “추후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 같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출산으로 미래가 암울한 대한민국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관 김선수)는 지난 18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