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07월 18일(목) 22:00 가가
KIA 양현종이 삼성 이성규에게 볼넷을 내주자 정재훈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9-5로 앞선 5회 2사 1·2루, 양현종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기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은 상황. 투구 수는 87개에 불과했지만 잠시 뒤 양현종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지난 17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시즌 9차전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대투수’로 불리며 통산 174승을 기록한 베테랑이지만 ‘초보 사령탑’ 이범호 감독은 단호했다. 승부수를 던진 이 감독은 김대유로 위기를 막고 10-5 승리를 이끌었다.
야구는 찰나의 스포츠다. 공 하나하나에 승부가 요동친다. 3시간 넘게 승부가 펼쳐지는 종목이지만 마지막 1~2초로 승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볼넷이 나오자 이 감독은 빠르게 또 과감하게 움직였다. 초보 감독에게는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앞선 89경기에서 경험한 성공과 실패를 바탕으로 이 장면을 ‘승부처’라고 봤다.
이 감독은 지난 6월 25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이날 KIA는 롯데 선발 나균안을 상대로 맹공을 펼치며 4회초 14-1를 만들었지만 경기는 연장 12회, 15-15 무승부로 끝났다. 불펜 상황이 좋지 않기도 했고 선발 제임스 네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다가 KIA는 역사적인 패배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실패를 교훈 삼은 초보 사령탑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일 LG 원정에서도 2점 차로 쫓긴 9회 2사 1·3루에서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이 감독은 “동점을 허용해도 된다”며 자신 있는 대결을 주문했고, 경기는 KIA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당시에도 이 감독은 팀 승리를 생각하며 움직였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물론 양현종에게는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이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덕아웃에 있던 양현종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면서 위로했다. 냉정했던 그라운드의 승부사는 ‘형님 리더십’으로 덕아웃을 다독였다.
지도자는 큰 그림을 위해 냉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모두가 만족하는 승리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가야 우승이라는 결승선에 이를 수 있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
야구는 찰나의 스포츠다. 공 하나하나에 승부가 요동친다. 3시간 넘게 승부가 펼쳐지는 종목이지만 마지막 1~2초로 승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볼넷이 나오자 이 감독은 빠르게 또 과감하게 움직였다. 초보 감독에게는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앞선 89경기에서 경험한 성공과 실패를 바탕으로 이 장면을 ‘승부처’라고 봤다.
이날 KIA는 롯데 선발 나균안을 상대로 맹공을 펼치며 4회초 14-1를 만들었지만 경기는 연장 12회, 15-15 무승부로 끝났다. 불펜 상황이 좋지 않기도 했고 선발 제임스 네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다가 KIA는 역사적인 패배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물론 양현종에게는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이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덕아웃에 있던 양현종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면서 위로했다. 냉정했던 그라운드의 승부사는 ‘형님 리더십’으로 덕아웃을 다독였다.
지도자는 큰 그림을 위해 냉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모두가 만족하는 승리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가야 우승이라는 결승선에 이를 수 있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