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중심 도로정책, 시민 합의가 우선이다
2024년 07월 03일(수) 00:00
광주시가 수십여 년 동안 유지해왔던 자동차 중심의 도로 교통 정책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다. 도로 교통 정책의 기준을 자동차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교통 선진국들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급증하는 교통량 해소를 위해 도로망을 확충했지만, 점차 선진 도시들은 쾌적한 도시를 위해 차량의 도심 통행을 줄이는 대신 보도 확충 등을 통해 보행자 위주의 교통정책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다만 광주시의 현재 도로 여건상 자동차 도로를 줄이는 방식은 자칫 교통난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추진 대상 지역이 제한적인 시범 사업의 성격이어서 찬성측 논리도 만만치 않다.

광주시는 최근 자동차 이용이 불편한 도시를 만들어 ‘2045 탄소중립도시’로 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기존 차로 수를 줄이거나 차로 폭을 좁혀 자동차 이용이 더 이상 편리한 교통 수단이 아님을 인식시킴과 동시에, ‘대·자·보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대·자·보 도시’는 먼저 1차로를 버스전용차로로 규정한 간선급행버스 체계 등을 도입해 대중교통이 자동차보다 편리하도록 함과 동시에 자전거 도로를 대폭 확충하고, 보행로를 넓히는 교통 환경 도시를 말한다.

문제는 ‘대·자·보’ 교통체계를 우선 도입할 구간이 현재 공사중인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17.06㎞ 도로라는 점이다. 이 구간은 시청~금호지구~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남광주역~조선대~광주역으로 이어지는 도심 간선도로로, 대형 교차로와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가장 높은 곳이어서 인근 주민은 물론 회사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차보다 보행자와 대중교통·자전거를 더 많이 사용하는 교통체계가 선진국형임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다만 처음으로 시도하는 정책인 만큼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와 시민들의 이해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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