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 과일 ‘작황 기상도’…복숭아 ‘맑음’ 사과 ‘흐림’
2024년 07월 02일(화) 12:05
복숭아·감·비파나무, 열매 많이 열려 ‘흐뭇’
자두·사과·포도나무, 열매 찾기 어려워 ‘울상’
지난해 좋았던 자두·사과는 ‘해걸이’ 영향 추측

텃밭의 과일나무 작황은 해걸이 때문인지 나무별로 확연하게 달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파, 복숭아, 자두, 사과나무이다.

복숭아·감·비파나무 ‘맑음’, 자두·사과·포도나무 ‘흐림’.

시골 텃밭에 있는 과일나무의 올해 결실을 예상하는 ‘작황 기상도’이다. 복숭아는 가지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솎아낼 정도로 많이 열렸다. 크기도 작지 않아 ‘상품’ 수확을 내심 기대해 본다.

비파의 경우는 텃밭 가꾸기 2년여 만에 최대의 수확을 거뒀다. 텃밭의 가장자리에 있는 비파는 그간 열매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올해는 노랗게 무리 지어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감나무는 아직은 작지만 적지 않게 매달려 있어, 지난해의 저조한 수확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나무를 바라보면 그저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사과·포도·자두나무를 보면 씁쓸해진다.

사과나무는 6월 중순 넘어 딱 한 개가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한 개도 없어 보였는데 숨바꼭질 끝에 가지 속에 숨어있는 귀한 열매를 찾아냈다. 그래서인지 외롭게 매달려 있는 어린 사과에 눈길이 자주 간다. 비바람에 잘 견뎌내 떨어지지 말고 알찬 결실을 맺어 주길 기원했다.

자두나무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게 열렸으며, 포도나무에서는 안타깝게 무소식이다. 자두의 경우 작년에 많이 열렸는데 올해는 쉬어 가는 것 같다. 포도는 2년 연속 실패이다.

이같은 현상을 ‘해걸이’라 하는 걸까? 농촌진흥청의 농업용어 사전을 찾아보면 해걸이란 과실이 한해는 많이 결실되고, 그다음 해에는 아주 적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옆집 어르신은 해걸이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밭에 한 작물을 계속 재배하면 땅 속의 영양분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려면 적당한 거름과 흙을 갈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텃밭의 채소는 파릇파릇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울토마토, 오이, 상추, 가지이다.
결국 재배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년 밭갈이 때 퇴비를 주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비옥한 밭을 가꾸기는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5도2촌의 생활에서 비롯된 ‘관리 부족’의 상황을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반면 텃밭 채소를 바라보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바람에 쓰러졌던 것을 다시 세워준 오이가 작게 열리고, 고추와 호박도 잘 크고 있다. 방울토마토에도 여러 개의 설익은 방울들이 맺혀있고, 옥수수도 줄기가 꽤 굵어졌다. 밭작물 중 가장 키 작은 상추는 파릇파릇하게 커 이미 쌈과 겉절이로 몇 차례나 밥상에 올랐다.

주말마다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고, 가끔은 주중에도 찾아와 물을 줬던 때문인지 밭에 생기가 가득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더욱 더워진다는 소식에 걱정되지만 정성껏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글·사진=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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