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한 마리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6월 04일(화) 00:00 가가
농경사회에서 소(牛)는 재산목록 1호였다. 목돈을 마련하는 핵심 수단이었고 ‘소 팔아 대학 간다’는 말이 흔할 정도였다. 이러다보니 대학을 상아탑 대신 ‘우골탑’으로도 불렀다.
연극 ‘소’(유치진·1934년)는 농경사회에서 ‘소’가 갖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속 소는 가족의 장가 밑천이기도 했고 사업 자금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농사를 잘 짓기 위해 꼭 필요한 생계 수단이었다.
그만큼 각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는 새벽이면 쇠죽을 가득 끓여 뜨근하게 차려내며 관심을 쏟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2009년)는 30년 간 가족으로 함께한 소를 떠나보내는 농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최근 가족같은 소를 키우는 농민들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 지난해 한우 비육우 한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 6000원으로 집계됐다. 비육우는 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다. 사육비를 고려하면 한 마리를 키워 팔 때마다 142만 6000원을 손해보는 구조라는 얘기다. 새끼를 낳기 위해 기르는 한우 번식우도 비슷했다. 한우 번식우 순손실은 127만 6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1.9%(86만 7000원)나 늘었다. 사료비가 증가하고 산지 판매 가격이 하락한 게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고기용 한우 한 마리당 사료비는 437만 7000원으로 전년(410만 3000원)보다 6.7% 증가했다.
전남도가 집계한 소값을 보면 비육우 600㎏ 기준으로 3년 전인 2021년 797만 원이던 것이 2022년에는 740만 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5월에는 600만 원대로 급락했다. 올 5월에도 상승세는 커녕 제자리 걸음(603만 원)을 하고 있다.
전남지역 한·육우 사육 농가는 1만 5810 가구다. 사육 규모는 63만 8000마리(2023년 말 기준)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다. 경북(77만 3000마리) 다음으로 많다. “이렇게 손해볼거면 누가 소를 키우겠냐.” 농민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 귓전을 맴돈다.
/dok2000@kwangju.co.kr
연극 ‘소’(유치진·1934년)는 농경사회에서 ‘소’가 갖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속 소는 가족의 장가 밑천이기도 했고 사업 자금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농사를 잘 짓기 위해 꼭 필요한 생계 수단이었다.
전남지역 한·육우 사육 농가는 1만 5810 가구다. 사육 규모는 63만 8000마리(2023년 말 기준)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다. 경북(77만 3000마리) 다음으로 많다. “이렇게 손해볼거면 누가 소를 키우겠냐.” 농민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 귓전을 맴돈다.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