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서 만난 초여름의 싱그러움…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2024년 06월 01일(토) 10:55
농경지 중단 이후 30여년만에 습지로 자연복원
2011년 람사르 습지 지정…총 864종 생물 서식
호수 주변 새소리 가득한 탐방길 ‘힐링의 시간’
300톤 고인돌·운곡서원 등 문화유적탐방도 가능

총 864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고창 운곡 람사르 습지 내 생태둠벙에서 자라는 수중식물.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에 호수의 절경과 생태관광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북 고창군 아산면 운곡리 일원에 있는 ‘고창 운곡 람사르 습지’이다.

람사르 습지란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으로, 지난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에 의해 지정된 곳이다.

지난 2011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운곡 람사르 습지는 총면적 1,797㎢에 달하며, 식물(376종)·육상 곤충(390종)·저서 무척추동물(24종)·양서·파충류(12종)·조류(51종)·포유류(11종) 등 총 864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은 예전에 계단식 논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1980년 운곡저수지로 이용하게 됨에 따라 주민들이 이주하고 난 후 폐경지로 30여 년이 지나면서 생태계의 놀라운 회복과정을 통해 본래의 산지형 저층 습지로 자연 복원된 우수 습지 복원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운곡 람사르 습지는 국내 생태관광의 대표적인 곳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근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 유적·선운사 등과 함께 지역 관광의 중심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운곡저수지와 탐방길, 습지 징검다리, 입구에 핀 송엽국,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
운곡 람사르 습지의 생태 탐방은 운곡저수지와 운곡습지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인근 화시산과 여러 마을을 연계해 다양한 코스로 가능하게 되어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습지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고, 탐방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조성돼 있다. 또한 무게가 300톤에 달하는 고인돌, 1797년에 창건되었다가 1900년에 복원된 운곡서원 등의 문화유적도 있어 옛 문화탐방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생태공원에는 작은 연못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수생식물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 둠벙과 생태 연못 그리고 조류관찰대, 습지를 설명하는 홍보관, 전망대, 어린이들을 위한 자가발전 모노레일 등이 구성돼 있다.

운곡 람사르 습지를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은 소요 시간대별로 크게 4개 코스가 있다.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해 운곡습지생태공원을 거쳐 최종 목적지가 달리하면서 인근의 습지 생태를 충분히 탐방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습지 주변에 핀 금계국, 습지 수생식물, 부엽식물인 노랑어리연.
탐방안내소에서 생태공원까지 가는 가장 짧은 1코스(3.6km, 1시간 30분 소요)의 경우, 저수지를 옆에 끼고 호수의 절경을 감상하며 숲길을 걷는 힐링의 구간이라 할 수 있다. 또 인근 산으로 연계된 3·4코스는 산 정상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탐방할 수 있는 구간이다.

무엇보다 호수 주변 숲길은 여러 종류의 청량한 새 소리가 들리고, 높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있는 다람쥐, 인기척에 날개짓하며 달아나는 꿩, 조용한 호수에 가끔 튀어 오르는 큰 물고기 등을 목격할 수 있다. 또 호수는 장소에 따라 느낌이 조금씩 다르며, 마치 외국처럼 이색적으로 느껴지는 곳도 있다. 습지 주변에는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습지에는 노랑어리연 등 수생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다. 수생식물은 물속이나 수면에서 바닥에 뿌리를 두거나 떠다니면서 살고 있는 식물로 크게 4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먼저 정수식물은 얕은 물에서 자라며, 뿌리는 진흙 속에 있고 줄기와 잎의 대부분은 물 위로 뻗어 있는 식물로 갈대·꽃장포 등이다. 부엽식물은 물 밑바닥에 뿌리를 내려 고정하고 잎만 물 위에 뜨는 식물로 수련·노랑머리연 등이 포함된다. 침수식물은 식물체 전부가 물속에 잠겨 자라는 수중식물로 검정말·노랑어리연 등이 있다. 부유식물은 물 위나 물속에서 떠다니며 살아가는 식물로 개구리밥·부레옥잠 등이다.

사진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운곡호수, 습지 내 나무숲, 생태공원 전경.
운곡 람사르 습지는 생태 탐방과 함께 조용한 숲길 걷기 또는 가족 단위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친환경주차장이 있는 탐방안내소부터 생태공원까지는 탐방 열차가 하루에 7차례씩 유료로 운행되고 있다. 고창군 생태관광주민 사회적협동조합은 생태체험 프로그램으로 노르딕워킹, 자연물공예체험, 반딧불이 풀벌레 야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습지란 일반적으로 물에 따라 동식물의 생활과 주변 환경이 결정되는 곳이며, 1년의 일정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거나 젖어 있는 지역을 말한다.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구분된다. 습지의 기능은 홍수조절, 해안선의 안정화, 영양분과 먹이공급, 기후 조절, 수질정화, 생물종 다양성 유지, 생산적 기능 등 매우 다양하고 유익한 기능을 하고 있다.

/글·사진=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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