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차원 조사·연구로 ‘5·18 진실’ 밝혀야
2024년 05월 30일(목) 20:25
[5·18 진상보고서 이대론 안 된다] <4> 민간조사보고서 검토해야
정치 이해관계 벗어나 독립적 연구·유연한 해석 장점
대만 ‘2·28 사건’ 등 해외서도 민간 보고서 제작 사례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미흡한 조사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진 5·18 민주평화대행진.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의 부실한 조사로 인해 종합보고서가 오히려 왜곡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일부 5 ·18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진상조사위의 기존 조사 내용을 보완할 추가 조사가 민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차원의 조사라더라도 정치권 추천에 따른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조사결과가 변경될 수 있는 한계점 등을 보완하고 항구적인 5·18 연구 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민간 조사 보고서가 발간돼야 한다는 것이다.

5·18기념재단은 진상조사위 활동 종료 시기가 도래한 데 맞춰 민간 조사·연구를 통해 민간 보고서를 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전세계적으로 국가차원의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로는 민간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 공식 조사를 보완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라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도 법무부 인권 보고서가 발간되면 인권단체 등에서 내용을 반박하는 보고서를 내고, 국제적으로도 유엔 경제 정세 보고서 등 보고서를 발간 이후 NGO 등 민간 단체에서 보완 보고서를 만드는 등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주장이 반드시 진실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국민들이 추가 검증을 거쳐 진상을 보완해 가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재단 측 주장이다.

실제 해외에서도 민간보고서가 국가차원의 보고서보다 사안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도 한 몫하고 있다.

대만의 ‘2·28 사건’이 대표적이다. 2·28사건은 1947년 대만 시민들이 집권당(국민당) 정부의 부패와 독재를 반대해 민중봉기를 일으키자 3000여명 군대를 투입해 무력 진압을 한 사건으로, 1만~2만 8000여 명이 실종되거나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정부는 사건 이후 45년이 지난 1992년 정부(대만 행정원) 차원의 조사연구보고서를 냈으나,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등 한계를 보였다. 이에 대만 민간 단체인 2·28기념재단은 지난 2021년 ‘2·28사건의 진상과 변혁적 정의에 관한 연구보고서’ 등 민간보고서를 내며 추가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민간 조사가 이뤄질 경우 정부 주도 진상조사위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조사 내용도 다룰 수 있으며 보다 유연한 해석과 결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진상조사위는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맞춰 ‘진상 규명’, ‘진상 규명 불능’ 두 가지 결정밖에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암매장 사건의 경우 진상조사위는 암매장 사실 및 시신 발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행방불명자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진상 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지만, 민간 보고서에서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민군 오전 무기고 피습설’ 또한 계엄군·경찰의 왜곡된 자료와 진술을 인용해 ‘진상 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민간 조사를 통해 진상조사위가 수집한 진술과 자료의 신빙성을 2차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민간 조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연구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일부가 국민의힘 추천 위원 등 보수 성향의 위원들의 지적을 받으면서 결론이 뒤바뀌는 등 한계를 경험했는데, 민간 차원에서는 이같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 보고서에 대한 평가도 마치지 않았는데 섣불리 민간 조사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진상조사위의 부실 보고서는 이미 예견된 참사였으며, 민간 조사를 주장하는 5·18기념재단과 시민단체 등도 감시가 소홀했다는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만큼 면피성으로 민간보고서를 앞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민간 조사 보고서는 4년에 걸쳐, 오월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만든 진상조사 보고서 내용을 뒤집어야 하므로 시민들의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조사관 선정과 조사 방법 등을 논하다 보면 진상조사위 활동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되풀이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면 민간조사를 논하기 전에 기존 진상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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