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최초로 선체 내부 담은 영화 ‘목화솜 피는 날’
2024년 05월 30일(목) 19:05
광주출신 신경수 감독 작품...5·18민주광장 등 담아내
22일 극장가 개봉, 4·16세월호참사가족협 제작 참여

30일 광주에서 열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기자간담회에 신경수(왼쪽) 감독, 이지윤 프로듀서 등이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서 ‘세월호 선체 내부’를 촬영한 예고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최초로 세월호 선체 내부를 촬영한 영화인 ‘목화솜 피는 날’은 선체의 녹슨 부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작중 ‘병호’가 누워있던 장면은 화물용 차들이 들어오는 D데크(갑판)에서, 에필로그는 단원고 남학생들이 참사 당일 묵었던 숙소실에서 촬영했죠.”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제작된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의 말이다. 30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카페에는 ‘육룡이 나르샤’, ‘소방서 옆 경찰서’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광주 출신 신 감독을 비롯해 정기성 역을 맡은 조희봉 배우, 영화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연분홍치마가 만든 이번 영화는 옴니버스 다큐 ‘세 가지 안부’, 장편 다큐 ‘바람의 세월’에 이은 트릴로지(Trilogy·삼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신 감독은 “재작년에 드라마 ‘소방차 옆 경찰서’ 후반 작업 중 연분홍치마 제작사가 “세월호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해왔다”며 “차기 드라마 작품을 준비하려 했지만 선체 내부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것 같아 종방연이 끝나자마자 촬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극중 어민 정기성 역을 맡은 조희봉 배우가 발언하는 모습.
영화는 10년 전 세월호 참사로 ‘경은’을 잃어버리고 망각의 늪에 빠진 ‘병호’, 무기력한 아내 ‘수현’ 등 유가족의 모습을 초점화한다.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망자를 ‘기억’하면서 수장됐던 그날의 아픔에 묶여 있다. 로드무비 형식을 차용해 안산부터 진도, 목포 신항 등을 오가며 참사 현장 내·외부 곳곳을 필름에 녹여 냈다.

무엇보다 ‘최초로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촬영한 극영화’라는 사실은 이목을 끈다. 연출 의도와 맞물린 공간 설정도 치밀하다. 작중 병호의 텅 빈 머리속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층고가 높은 D데크에서 촬영한 점도 흥미롭다. 세월호 선미, 조타실, 기계실 등도 영화 속에서 실견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작중 팽목항에 부착한 타일 그림을 시민들에게 받는 장면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무료로 촬영했다. ‘거리 선전’ 장면은 광주 옛 전남도청 일원에서 촬영하는 등 광주와 연관성도 깊다. 아울러 광주 양동초·병설유치원, 조선대 학생 등이 단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신 감독은 “광주는 5·18 등 역사적 트라우마가 있기에 유독 ‘세월호 참사’를 더 특별하게 인식하는 것 같다”며 ‘5월 광주’와 ‘세월호 참사’의 유사성을 언급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TV 밑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라고 적힌 테이프를 발견했는데 5·18을 다룬 다큐 테이프였다”며 “무참하게 훼손된 시신들을 본 뒤 3개월 정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인사하는 신경수 감독(가운데).
이날 최초 공개된 선체 내부 영상에는 4·16 세월호 참사의 비극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롱테이크로 촬영한 선내는 텅 비어있었으며 세월호 인양 시 천공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곳곳에 붙어 있는 따개비 등 바다생물은 비극성을 더했다. 촬영 당시 선체 내부 가이드는 유가족 ‘동수’ 군 아버지가 맡아 도움을 줬다.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선체 내부를 다룬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세월호참사협의회 등과 협의해 선체 내부 촬영을 허가받았지만, 언제 허가가 번복될지 모르는 마음에 ‘조마조마’했다는 후문이다. 에필로그 ‘다크 투어’ 씬을 촬영했던 장소마저 현재는 ‘진입 금지’ 구역이다.

신 감독은 “안전팀을 동반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지만 촬영 중 두려움을 호소하는 스탭들도 많았다”며 “야간 촬영시 선내에 조명을 달 수도 없어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목화솜 피는 날’ 스틸컷


이날 행사에는 작중 진도 어민 정기성 역을 맡은 배우 조희봉도 자리했다.

그는 “어민 정기성 역할 자체는 배우로서는 특별할 것 없는 필모그래피일 수 있다”며 “그럼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기성’은 어느 배역보다 사회적·동시대적 의미를 관통한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촬영 전 수차례 목포 신항을 찾았다고 한다. 철조망 밖에서 바라보는 선체는 외로움이 가득했지만, 내부에서 본 세월호는 거대한 몸체 탓에 공포감으로 가득했다.

신 감독은 마지막으로 “‘목화솜 피는 날’가 다룬 사건 자체는 비극일 수 있지만 관객들에게 ‘치유’ 메시지도 함께 전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은 오는 6월 2일(오후 7시) 광주극장에서 관객과의 만남(GV) 행사를 앞두고 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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