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지음
2024년 05월 10일(금) 00:00
법정 스님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
“어느 나라건 소위 국민 총생산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국민의 총행복량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중략) 나는 지금의 불황을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경고가 나타났을까요. 가슴은 없고 머리만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 회전만 존재하는 사회입니다. 인간의 신뢰와 성실성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옵니다.(중략) 인생에서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은 밖으로 부자가 되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은 안으로 홀가분해지는 일과 같습니다.”

1997년 6월 7일 법정 스님이 ‘맑고 향기롭게’ 광주·전남 모임에서 했던 말은 2024년 5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이날 강연 말미에서 스님은 이렇게도 말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광주라는 이름은 실체로서 빛고을이 될 수 있습니다. 광주가 명실공히 빛나는 봄, 영원한 청춘의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라고.

법정 스님이 전국을 돌며 진행했던 대중 강연을 묶은 책 ‘진짜 나를 찾아라’가 나왔다.

어른의 존재가 그리운 시절, 생생하게 전해지는 그의 육성 강연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번 책은 스님이 이끌었던 ‘맑고 향기롭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서 출간됐다. 지난 1994년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를 실천 덕목으로 삼아 만든 ‘맑고 향기롭게’ 취지문에서 스님은 “깨달음에 이르려면 두 가지 일을 스스로 실행해야한다. 하나는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콩 반쪽이라도 나눠 갖는 실천행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1979년부터 1999년까지 부산, 춘천 등 전국에서 진행했던 16개의 강연 내용이 담겼다. 맑고 향기롭게 지역 모임에서 행한 강연도 있고, 부산 가톨릭센터, 운문사 여름 결제, 길상사 설법전 불교문화강좌에서 진행된 강연도 담겼다.

‘수많은 생을 두고 쌓은 인연’(1996년 5월22일)에서는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송광사에서 조카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고 ‘아, 이제 내 생명의 뿌리가 꺾였구나’라는 생각들었다”며 “모든 어머니들은 생명의 뿌리이고, 어머니는 생명의 시작이자 완성”이라고 말한다.

따로 해설글이 붙은 1979년 부산중앙성당 강연은 “당국에서 수고롭게, 기관에서 와 있습니다. 정부를 비방하거나 체제에 도전하는 그런 언동은 없을 것으로 미리 말씀드리니까 안심하고 들으시기 바란다”에 이어 참가자들의 웃음소리가 터지는데 당시가 억압 통치의 시절임을 알게 해준다. 스님은 이날 강연에서 빅토르 프랑크의 ‘죽음의 수용소’에 등장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자세는 의미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나치 수용소라는 극한의 상황과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았던 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샘터·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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