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학자의 아웃사이더 인생 수업 -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정문주 옮김
2024년 05월 10일(금) 00:00 가가
‘도꼬마리’라는 잡초는 열매 속에 길쭉한 씨앗과 짤막한 씨앗 두 가지를 지니고 있다. 긴 것은 바로 싹을 틔우지만 짧은 쪽은 좀처럼 싹을 틔우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씨앗일까.
물론 식물이 서둘러 결실을 맺으면 좋겠지만 너무 건조하거나 추운 계절에 일찍 싹틔우면 오히려 생육에 불리한 면도 있다. 늦더라도 ‘나’의 조건에 알맞게 발아하는 것이야말로 ‘도꼬마리’가 살아 남아온 생존 전략인 것 같다.
도꼬마리의 짧은 씨앗처럼 세상의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책이 나왔다.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자 대중 과학 저술가인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잡초학자의 아웃사이더 인생 수업’은 식물학에 대한 9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간의 개성, 본성, 나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건에 따라서는 인간의 눈에 아웃사이더로 보이는 것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오래전 자연계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커다란 환경 변화에 직면했을 때, 그 환경에 적응한 생물은 평균값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던 아웃사이더였다”
저자는 ‘생물의 평균치’를 예로 들며 생물 다양성을 확보한 종이야말로 끈덕지게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연계에서 ‘아웃사이더’로 치부되는 종이야 말로, 오히려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토대로 뿌리내린 우성인자’라는 논지는 의미깊다.
책은 잡초가 물을 주지 않아도 살아남고, 오히려 생육 조건을 완벽하게 맞춘 채소나 작물이 여름 가뭄에 말라 죽는 것에서 인생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평소 힘을 들여야 할 때, 잡초는 잠자코 뿌리를 뻗고 있다가 가뭄과 같은 삶의 위기가 올 때 이를 원동력 삼아 버텨낸다는 것이다. <더숲·1만5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물론 식물이 서둘러 결실을 맺으면 좋겠지만 너무 건조하거나 추운 계절에 일찍 싹틔우면 오히려 생육에 불리한 면도 있다. 늦더라도 ‘나’의 조건에 알맞게 발아하는 것이야말로 ‘도꼬마리’가 살아 남아온 생존 전략인 것 같다.
책은 잡초가 물을 주지 않아도 살아남고, 오히려 생육 조건을 완벽하게 맞춘 채소나 작물이 여름 가뭄에 말라 죽는 것에서 인생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평소 힘을 들여야 할 때, 잡초는 잠자코 뿌리를 뻗고 있다가 가뭄과 같은 삶의 위기가 올 때 이를 원동력 삼아 버텨낸다는 것이다. <더숲·1만5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