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4계] 삶의 쉼표가 되는 섬, 청산도
2024년 04월 13일(토) 17:15
샛노란 유채꽃과 청보리밭이 기다리는 ‘푸른 섬’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 인증 …세계슬로길 1호’
2024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걷기 여행객 ‘북적’
느리게 걸을수록 매력적인 ‘슬로 트랙킹 로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청산도

일 년 중에 산과 바다의 색이 가장 예쁠 때가 4월이다. 싱그러운 봄기운에 엉덩이가 들썩이는 이맘때, 푸른 섬 청산도가 손짓을 한다. 봄의 청산도는 쪽빛 바다와 새하얀 구름떼가 잠시 멈춘 듯이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가 펼쳐지는데 특히 제철 맞은 샛노란 유채꽃밭과 초록빛으로 물든 청보리밭이 청산도의 매력을 더해준다.

청산도는 전남 완도에서 19.2km 떨어진 다도해 최남단 섬으로 완도항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에 있다.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모두 푸른 섬이라고 해서 청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신선들이 노닐 정도로 아름답다하여 선산, 선원이라 불리기도 했다.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들장 논, 돌 담장 등 느림의 풍경과 섬 고유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섬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청산도 슬로길
청산도는 느리게 걸을 수록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슬로시티답게 걷기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길 이름도 ‘청산도 슬로길’이다. 청산도 슬로길은 청산도 주민들이 마을과 마을을 이동할 때 걸었던 길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하여 슬로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청산도 슬로길은 총 11코스에 17개의 길로 나뉘어 있는데 길이가 42,195km에 이른다. 마라톤 풀코스와 같아서 사나흘의 일정을 잡고 걷는 게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청산도 슬로길는 길이 지닌 풍경, 길에 사는 사람, 길에 얽힌 이야기를 느끼며 걸을 수 있도록 각 코스를 만들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에서 공식 인증한 세계슬로길 1호답게 길이 지닌 아름다움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자연 속에서 천천히 걷다 보면 소란스러운 마음까지 제대로 힐링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024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완도군 제공>
해마다 4월이면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4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대표 프로그램인 ‘청산완보’는 슬로길 11코스를 모두 걷고 스탬프를 찍어오면 주말에 선착순 20명을 대상으로 전복 상품을 준다. 11코스 걷기가 무리라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4코스 이상만 걸어도 청산도 특산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산도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야간 프로그램도 알차다. 해설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청산도를 돌며 야경을 감상하는 ‘별별 버스’와 은하수 사진 촬영 후 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이 빛나는 청산도’ 등이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청산도 유채꽃밭
청산도는 세계적인 섬 관광지답게 배로 오가는 데 불편함이 없다. 주중에 운행하는 여객선은 8편, 주말과 공휴일에는 15편의 배가 운항 중이라서 하루 정도 시간이 난다면 언제든지 청산도 슬로길을 걸을 수 있다. 여행 일정을 길게 잡을 수 있다면 11개 코스를 모두 걸어보는 게 좋지만 시간내기가 쉽지 않을 때는 당일 코스를 선택해서 걸어도 좋다.

가장 대중적이고 많이 알려진 슬로길은 항구에서 섬 오른쪽 둘레길을 걷는 1코스 ‘미항길~서편제길~화랑포길’로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 송화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걸었던 돌담길을 따라 유채와 청보리가 어우러진 해안 길이 매력적이다. 청산도 사람들의 옛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6코스 ‘구들장길~다랭이길’은 유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구들장 논길과 정겨운 이웃처럼 어깨를 맞댄 마을 돌담길을 돌아볼 수 있는 코스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다면 해안 절벽으로 이어진 2코스 ‘사랑길’을 선택하면 좋다. 청산도 주민들이 예전부터 연애바탕길로 부르던 길로 울창하게 우거진 해송 숲과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정말 사랑스럽다.

청산도 슬로길 인증사진 명소 ‘달팽이 쉼표
청산도 항구와 가까운 안통길에는 옛 시절 고등어와 삼치 파시로 흥했던 섬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등어와 삼치가 예전만큼 잡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청산도는 해산물의 천국이다. 특히 바다에서 갓 잡은 홍해삼과 뿔소라는 청산도에서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항구 옆에 자리한 수산물시장에 가면 삼치와 광어, 돔까지 신선한 제철 해산물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청산도에서 직접 만든 수제 보리맥주가 찰떡궁합이다. 혹시 청산도의 옛 밥상을 맛보고 싶다면 ‘청산도탕’이 제격이다. 각종 해산물에 쌀가루를 넣고 되직하게 끓인 죽으로 유채나물과 가시리국을 곁들여 먹으면 슬로푸드 건강밥상이 된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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