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4계] 모래섬 튤립나라 ‘신안 임자도 튤립 축제’
2024년 04월 06일(토) 14:40 가가
“임자, 튤립 보러 가세”
누리고, 느끼고, 즐기는 ‘2024 섬 튤립축제’ 개막
은빛 모래사장과 형형색색 튤립의 향연
누리고, 느끼고, 즐기는 ‘2024 섬 튤립축제’ 개막
은빛 모래사장과 형형색색 튤립의 향연
남도의 봄을 알리는 꽃이 매화와 벚꽃이라면 유럽에서는 튤립이 봄의 전령이다. 네덜란드에서는 해마다 4월이면 다양한 봄 축제가 열리는데 그 주인공이 튤립이다. 알롤달록 오색빛깔 튤립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봄꽃이지만 튤립을 보기 위해 굳이 네덜란드까지 갈 필요는 없다. 자동차에 시동을 켜고 다리 하나만 건너면 환상적인 튤립나라에 입국할 수 있다. 그곳은 바로 신안 임자도. 무지개빛으로 이어진 튤립 로드가 인생 최고의 꽃길을 선사한다.
따사로운 봄햇살 아래 오동통한 튤립 꽃봉오리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신안 임자도가 자랑하는 ‘섬 튤립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4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 동안 열릴 예정이다. ‘2024 섬 튤립축제’는 대광해변 인근에 자리한 튤립광장을 중심으로 섬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된다. 눈길 닿는 곳마다 화사한 튤립이 빙그레 웃어주는 섬. 4월의 임자도는 가족과 연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들로 넘쳐난다.
지금이야 튤립 섬으로 유명한 임자도지만 이전에는 모래섬으로 더 유명했다. 섬 전체가 모래로 이루어진 임자도는 중동에서나 볼 수 있는 사막의 지형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긴 백사장으로 알려진 대광해수욕장은 총 12km 길이의 광활한 모래 해변이 펼쳐져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이어진 은빛 모래 사장은 튤립공원이 조성되면서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는데 부지 규모만 6만8000㎡에 달한다. 튤립공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임자도에 이렇게 거대한 튤립정원이 조성될 수 있었던 건 모래섬이어서 가능했다. 배수가 잘되는 모래흙에 일조량이 풍부해서 튤립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국에서 가장 곱고 탐스러운 튤립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색색의 튤립 물결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삼백 만 송이가 넘는 튤립이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특히 세계 각국의 튤립들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데 뾰족한 왕관처럼 생긴 ‘알라딘’, 장미꽃처럼 피어난 ‘억스타’, 한 송이에 반은 빨강이고 반은 노랑으로 물든 아수라백작 같은 튤립도 있다. 꽃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하나하나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양각색의 튤립과 함께 수선화, 히야신스, 아이리스, 무스카리와 같은 구근류와 리빙스턴 데이지와 비올라, 크리산 세멈 등 20여 종의 봄꽃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색색의 튤립 꽃길을 걸으며 공원 한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남짓. 튤립공원의 인증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풍차전망대부터 튤립파라솔, 유리튤립동산도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축제 체험 행사로는 튤립화분 만들기, 해변 자전거타기, 승마체험, 머그컵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여행 일정을 여유있게 잡았다면 섬 한 바퀴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튤립축제장에서 옛 선착장까지 약 6km 길은 걷기에 조금 긴 듯 하지만 섬마을 풍경을 벗 삼아 걷는 게 생각보다 즐겁다. 한적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튤립 벽화로 꾸며진 농업창고와 임자도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도 볼 수 있다. 바다에서 장포염전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줄줄이 봄꽃들이 심어져 있어서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이 된다.
임자도 걷기 여행은 바다에서 숲으로 이어진다. 대광해변을 따라 명품 해송숲이 우거져 있는데 숲과 바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건강한 자연의 기운을 나눠준다. 그래서일까. 2021년 국내 유일의 해양형 치유숲으로 선정되면서 걷기 여행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모래사장과 갯벌을 따라서 트래킹할 수 있는 ‘임자도 갯벌모실길’이 총 4개 코스로 마련돼 있고, 조금 더 특별한 체험을 하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해 해변 승마체험장도 운영 중이다. 임자해변승마공원에서 전문 지도사의 안내로 안전하게 해변 승마를 체험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임자도 여행의 최대 장점은 배를 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2021년 2월 임자대교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뱃길로 20분 남짓 걸리던 바닷길이 자동차로 5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임자대교는 신안군 지도 점암항에서 중간 섬인 수도를 거쳐 임자도까지 총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되는데 지도에서 수도까지는 750m 파랑색 다리, 수도에서 임자도까지는 1,135m 붉은 다리로 이어져 있다. 신안군 지도에서 임자도까지 약 4.99km의 드라이브길이 새롭게 생긴 셈이다.
임자도를 대표하는 꽃이 튤립이라면 대표 생선은 민어이다. 임자도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민어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던 임자도의 특산품이었다. 민어는 백성 ‘민(民)’에 물고기 ‘어(魚)’를 써서 백성들의 물고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날 것이나 익힌 것 모두 맛이 좋은 생선이라고 적혀 있다. 민어는 쉽게 상하지 않고 어느 정도 숙성되어야 더 맛있기 때문에 회로 많이 먹어왔는데 살이 탄탄하고 담백해서 회 뿐만 아니라 탕과 전 같은 다양한 음식으로 즐길 수 있다. 임자도에서는 민어를 꾸덕하게 말려서 찜을 해서 먹는 ‘민어건정’과 쌀뜨물에 무와 매콤한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 ‘민어맑은탕’을 맛볼 수 있는데 봄철 건강식으로 그만이다.
살아가다 보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점점 둔감해진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개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감정은 가능하면 끝까지 분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것이다. 쌓인 감정의 분출에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눈물 쏙 빼는 영화를 보거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어도 좋고, 엔돌핀 분비를 촉진시키는 고운 것들로 나쁜 감정을 털어내는 것도 좋다. 그동안 쌓인 묵은 감정을 화사한 튤립을 보면서 없애버리는 건 어떨까. 묵은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 상쾌한 에너지가 가득해질 것이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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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튤립공원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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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튤립으로 꾸며진 임자도 튤립공원. |
색색의 튤립 꽃길을 걸으며 공원 한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남짓. 튤립공원의 인증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풍차전망대부터 튤립파라솔, 유리튤립동산도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축제 체험 행사로는 튤립화분 만들기, 해변 자전거타기, 승마체험, 머그컵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여행 일정을 여유있게 잡았다면 섬 한 바퀴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튤립축제장에서 옛 선착장까지 약 6km 길은 걷기에 조금 긴 듯 하지만 섬마을 풍경을 벗 삼아 걷는 게 생각보다 즐겁다. 한적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튤립 벽화로 꾸며진 농업창고와 임자도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도 볼 수 있다. 바다에서 장포염전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줄줄이 봄꽃들이 심어져 있어서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이 된다.
임자도 걷기 여행은 바다에서 숲으로 이어진다. 대광해변을 따라 명품 해송숲이 우거져 있는데 숲과 바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건강한 자연의 기운을 나눠준다. 그래서일까. 2021년 국내 유일의 해양형 치유숲으로 선정되면서 걷기 여행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모래사장과 갯벌을 따라서 트래킹할 수 있는 ‘임자도 갯벌모실길’이 총 4개 코스로 마련돼 있고, 조금 더 특별한 체험을 하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해 해변 승마체험장도 운영 중이다. 임자해변승마공원에서 전문 지도사의 안내로 안전하게 해변 승마를 체험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임자도 여행의 최대 장점은 배를 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2021년 2월 임자대교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뱃길로 20분 남짓 걸리던 바닷길이 자동차로 5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임자대교는 신안군 지도 점암항에서 중간 섬인 수도를 거쳐 임자도까지 총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되는데 지도에서 수도까지는 750m 파랑색 다리, 수도에서 임자도까지는 1,135m 붉은 다리로 이어져 있다. 신안군 지도에서 임자도까지 약 4.99km의 드라이브길이 새롭게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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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대광해변 민어 조형물 |
살아가다 보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점점 둔감해진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개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감정은 가능하면 끝까지 분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것이다. 쌓인 감정의 분출에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눈물 쏙 빼는 영화를 보거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어도 좋고, 엔돌핀 분비를 촉진시키는 고운 것들로 나쁜 감정을 털어내는 것도 좋다. 그동안 쌓인 묵은 감정을 화사한 튤립을 보면서 없애버리는 건 어떨까. 묵은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 상쾌한 에너지가 가득해질 것이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