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삶=‘강력한 자기파괴적 힘을 발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장수진의 세 번째 시집. 이번 시집은 시인의 지난 과거, 순수한 감정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60편을 담았다. 저자가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에서 다양한 배역에 자신의 감정을 투사했던 경험 등이 녹아 있다. 다채로운 페르소나는 ‘상담사’와의 추억이 되거나 ‘아마추어 여성 영화 감독’, ‘굶어 죽은 소년’ 등이 된다. 그 속에서 희망 없는 세상을 목도하고 세상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대단한 세상=레바논 베이르트에서 자란 네 형제의 노정을 담아낸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데 실패하고 파리에서 새 삶을 살아가려는 ‘장’, 연락 끊긴 동성 애인을 찾기 위해 사이공으로 향한 ‘에티엔’의 이야기가 있다. 사범학교에 입학했다는 거짓말을 한 뒤 언론사에 입사한 ‘프랑수아’, 부모 품에서 벗어나려 일단 가출한 ‘엘렌’의 고민은 달라도 한 시대를 조명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프랑스 리얼리즘을 계승하며 스릴러물의 기법으로 독자를 흡입한다. <열린책들·2만3000원>
▲판결 너머 자유=인간 사이의 ‘합의’라는 가치가 절실해진 요즘, 사회는 다방면에서 극한의 대립과 분열로 치닫곤 한다. 다원화된 사회라지만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는 관용과 합의, 그 본래 기능은 상실되고 있다.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 등 서구철학사의 사상들을 언급하며 소수자 기본권부터 양심적 병역거부, 재산권 보호 범위와 손자녀 입양 등 사례를 검토한다. <창비·1만8000원>
▲중간세계사, 비잔티움과 오스만제국=서양인들이 갖고 있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고정관념의 굴레를 만들었다. 그 정수를 담고 있는 비잔티움과 오스만 제국을 통해 문화 변천사를 탐구한다. 편협한 관점이 가리고 있던 세계사의 빈틈을 진맥한다. 서구적 시각에서 동양은 늘 ‘문화적 타자’에 불과했지만 문화적 충돌은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리수·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