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현장교육 산실, 평두메·장록 습지 - 김진구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장
2024년 03월 13일(수) 00:00 가가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주로 내가 하고 있다. 종이류와 플라스틱류로 나눠진 것을 들고 분리수거장에 가는데 그때마다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현관 입구에 쌓여있던 것을 탈탈 털고 돌아서면 아주 개운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분리수거장 옆에 산같이 쌓여있는 비닐과 플라스틱 더미를 보면 어떤 위기감이 짓누른다. 비록 내 집은 치워서 깨끗해졌지만 그것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재활용이든, 미세 플라스틱으로 떠돌든, 땅에 묻혀 훗날 나오든, 우리 곁에 있는 것 아닌가.
이제 기후 위기나 환경 문제에 관해서는 특단의 조치나 더 강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환경단체나 선지적 환경운동가들이 활동해온 결과로 문제의식 자체는 모두가 공유하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과 국가의 정책은 이에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 생활의 불편함이나 이해 당사자들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번복되거나 폐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후 위기의 상징적인 사례로 북극의 녹아내린 빙하와 북극 곰이 많이 등장했는데 북극 곰이나 남극 펭귄도 위기이지만 인간도 사방천지 어디에 살든 위기에 놓여있다.
뉴스를 보면 기록적이란 말이 간혹 나온다. 주로 기상이변을 전하면서 날씨에 관한 기사 중에 ‘최고, 최저, 관측이래∼’란 접두어와 함께 등장한다. 이러한 말 다음에 나올 단어는 ‘비극’, ‘처참’이 아닐까? 지난해 전반기는 극심한 가뭄이었다. 한 방울의 물도 아끼자고 관공서든 학교든 간절한 공고문이 붙었는데, 이 공고문이 채 제거되지도 않은 채 후반기는 물벼락으로 온 나라가 난리 났다.
나는 ‘람사르습지(Ramsar濕地)’란 말을 좋아한다. 발음도 사르르하고, 묵어서 평안한 땅이란 느낌이 든다. 자료를 보면 람사르는 이란의 도시 이름인데 지난 1971년 이곳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을 맺게 되어 ‘람사르 협약’이라 하고, 이 협약에 따라 등록된 습지를 람사르습지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101번째로 가입했으며, 경남 창녕군의 우포늪이 대표적이고 전남은 순천만·보성갯벌 등 5곳이 있다.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무등산 자락의 평두메습지를 람사르습지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즉시 북구 화암동 530번지 평두메를 찾아갔다. 평두메습지는 약 7천여 평으로 북방산개구리의 최대 서식지이다. 마침 개구리 산란 소리가 온 계곡에 가득했다. 참 오랜만에 들어본 천연의 생태소리였다. 물오리도 습지같은 동작으로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원래 이곳은 계곡의 다락논이었는데 수십 년 농사를 짓지 않아 자연스럽게 묵어서 습지가 된 것이다. 수달과 삵 등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과 다양한 양서류가 집단 번식하고 있는 서식지이다.
그런데 설렘만큼 실망도 컸다. 몇 년 전 집중호우로 물길이 생기고 토사가 밀려들어서 원형을 복원한다고 수입산 야자수 매트로 둑을 만들어 놓았다. 습지와 바로 잇대어있는 땅에는 임대한 주민이 밭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멧돼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백 개의 작은 전구를 밭 둘레에 달아 놓았다. 또 바로 지근거리에는 대여섯 마리 큰 개를 키우는 곳이 있었는데 인기척에 평두메가 찢어지도록 짖어댔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찾아오기는커녕 오히려 살고 있던 희귀종도 내뺄 것 같았다.
사유지도 있어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보존을 위해 여러 행정 절차를 밟고 있겠지만 2020년에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는데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개인적인 관심도 있었지만 지난 3월 1일 개원한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에는 시민협치기후환경과가 있어서 더욱 그랬다. 학교 교육과정에 환경교육이 확대 정착되고,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통해 현장의 미비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자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산구 황룡강에 자리한 장록습지를 보전하고, 교육현장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계속 협의하고 있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지속가능한 생태전환교육은 무등산 평두메습지에서 출발하여 도심의 광주천을 살피고, 영산강과 황룡강의 장록습지까지 현장 학습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170여 명의 생태전환 시민강사단과 함께 5개 습지학교도 운영한다.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무등산 자락의 평두메습지를 람사르습지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즉시 북구 화암동 530번지 평두메를 찾아갔다. 평두메습지는 약 7천여 평으로 북방산개구리의 최대 서식지이다. 마침 개구리 산란 소리가 온 계곡에 가득했다. 참 오랜만에 들어본 천연의 생태소리였다. 물오리도 습지같은 동작으로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원래 이곳은 계곡의 다락논이었는데 수십 년 농사를 짓지 않아 자연스럽게 묵어서 습지가 된 것이다. 수달과 삵 등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과 다양한 양서류가 집단 번식하고 있는 서식지이다.
그런데 설렘만큼 실망도 컸다. 몇 년 전 집중호우로 물길이 생기고 토사가 밀려들어서 원형을 복원한다고 수입산 야자수 매트로 둑을 만들어 놓았다. 습지와 바로 잇대어있는 땅에는 임대한 주민이 밭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멧돼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백 개의 작은 전구를 밭 둘레에 달아 놓았다. 또 바로 지근거리에는 대여섯 마리 큰 개를 키우는 곳이 있었는데 인기척에 평두메가 찢어지도록 짖어댔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찾아오기는커녕 오히려 살고 있던 희귀종도 내뺄 것 같았다.
사유지도 있어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보존을 위해 여러 행정 절차를 밟고 있겠지만 2020년에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는데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개인적인 관심도 있었지만 지난 3월 1일 개원한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에는 시민협치기후환경과가 있어서 더욱 그랬다. 학교 교육과정에 환경교육이 확대 정착되고,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통해 현장의 미비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자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산구 황룡강에 자리한 장록습지를 보전하고, 교육현장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계속 협의하고 있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지속가능한 생태전환교육은 무등산 평두메습지에서 출발하여 도심의 광주천을 살피고, 영산강과 황룡강의 장록습지까지 현장 학습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170여 명의 생태전환 시민강사단과 함께 5개 습지학교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