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바로 알기] ‘당뇨병성 망막증’ 환자 10명 중 2명 실명…정기검사 중요 - 이동규 보라안과병원 원장
2024년 03월 10일(일) 18:05
20~30대 당뇨환자 증가 합병증 위험
초기엔 비문증·시야 흐림 등 증상
혈당조절·약물치료로 진행 억제
상태 따라 레이저·주사·수술 치료

보라안과병원 이동규 원장이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눈 상태를 검진하고 있다. <보라안과병원 제공>

요즘 초·중학생들의 소울푸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마라탕후루(마라탕+탕후루)를 빼놓을 수 없다. ‘마라탕후루’는 자극적인 마라탕을 식사로 먹은 뒤 달달한 탕후루로 후식을 즐기는 걸 말하는데, 단맛과 짠맛의 궁합을 가리키는 ‘단짠단짠’ 공식이 MZ세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탕후루뿐 아니라 탄산음료, 액상과당이 많이 든 커피, 디저트류 등 이렇게 요즘은 주변에 고탄수화물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게다가 현대인의 생활패턴 변화로 활동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당뇨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설탕, 액상과당, 정제곡물, 밀가루, 면, 가공식품, 빵 등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으로 이런 음식에 자주 노출되는 습관은 인슐린저항성을 올려 결국 당뇨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30대 당뇨 환자 수는 2018년 13만 9682명에서 2022년 17만 4485명으로 24.9%로 증가했다. 당뇨병을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흔한 병이라고 생각하여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 질환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관리가 필요하고 특히나 무서운 이유는 질환 그 자체보다 질환과 함께 오는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병과 합병증=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에는 심혈관 질환, 신부전 질환, 눈 합병증, 발 합병증 등이 있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4배 심혈관 질환을 지닐 확률이 높아지고, 뇌졸중 위험도 일반인의 2배 이상이다. 현장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필자 역시도 당뇨합병증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가 늘어난 것을 몸으로 느낄 정도이다.

당뇨병이 생긴 후 15년에서 20년이면 거의 모든 환자에서 당뇨병성 망막증이 생긴다. 당뇨망막증의 정도는 당뇨병의 기간과 비례하여 오래 될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데, 말초혈관의 순환장애가 생기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혈관장애가 계속되면 망막의 여러 부위에 산소결핍 부위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산소의 공급을 원활히 하여, 세포의 질식을 막으려고 산소결핍 부위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이 자라게 된다. 신생혈관은 정상적인 혈관이 아니므로 자꾸 터지게 되고 신생혈관을 따라서 새로운 섬유성 물질이 자라고 이것이 또 혈관을 잡아 당겨서 출혈을 일으키게 되어 결국 시력이 저하되게 된다. 문제는 당뇨망막증 환자 10명 가운데 2명 정도는 실명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다.

◇당뇨망막증의 증상과 치료=초기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비문증, 광시증, 시야 흐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침범이 없는 경우에는 시력도 정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력만으로 당뇨망막병증의 정도를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단순히 혈당만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한 두 번은 눈 검사를 받아야 실명을 막을 수 있다. 당뇨병이 오래 진행됐고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 담배를 오랫동안 피우는 사람은 당뇨망막증이 쉽게 생길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약물, 레이저, 유리체강내 주사치료, 수술(유리체절제술) 등으로 치료하는데 초기 심하지 않는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혈당조절을 통한 생활습관 관리와 약물치료로 진행을 억제하고 추가적인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 주변부에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황반부종이 발생하면 레이저치료와 항체주사치료가 필요하다. 유리체 내에 출혈이 심하거나, 망막박리가 발생해 증상이 심각해지면 최후의 수단으로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한다.

아직도 외래에서 많은 환자들이 ‘당뇨병이 있는데 왜 안과에서 진료를 봐야하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있는데 눈에도 당뇨합병증이 온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평균 수명이 높아진 요즘, 오래 사는 것 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화두가 되었다. 흔히 하는 말 중 ‘병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몸에 느껴지는 작은 이상이라도 관심을 갖고 살피며,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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