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도시’ ACC에서 아시아의 신비로움을 만나다
2024년 01월 30일(화) 19:10
연중 문전성시 ‘아시아문화박물관’
‘천일야화의 길’ 상설기획전
이슬람 문화 기획전 ‘살람, 히잡’
문화창조원 융복합전시 인기몰이
‘이음 지음’·‘가이아의 도시’ 등
지역민 문화향유 욕구 충족 노력

올해 우리나라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비중이 전체인구의 5%를 넘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다문화·다인종’ 국가에 들어선다. 광주 도심에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아시아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 풍습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ACC 복합전시2관 상상원에 전시된 ‘이음지음’은 미술의 언어를 통해 아시아의 건축과 사회를 조망하는 자리다.

‘리틀 이탈리아’ ‘리틀 재팬’, ‘차이나 타운’

외국의 대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도시 속 도시’를 만나게 된다. 다문화국가인 미국이 대표적인 경우다.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뉴욕에는 리틀 재팬부터 리틀 이탈리아, 한인타운, 차이나타운 등 다문화 커뮤니티들이 많고 LA에도 차이나타운과 리틀 도쿄 등이 들어서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민자들의 유대감과 정체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특징은 현지인이나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예술, 음식 등 새로운 문화체험을 선사하는관광명소라는 점이다.

광주에서도 아시아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리틀 아시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전당장 이강현)이다. 지난 2015년 11월 아시아 문화에 대한 교류·교육·연구 등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설립된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문화정보원), 예술극장,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문화원 등 5개 핵심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2024년 신년을 맞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에 자리한 ACC로 향했다. 5개의 공간 가운데 가장 ‘아시아적인’ 볼거리가 많은 아시아문화박물관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드넓은 ACC 문화광장을 가로 질러 아시아문화박물관에 들어서자 지난 2021년 ‘라이브러리파크’를 리모델링한 모던한 감각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집을 짓는다는 의미의 ‘이음지음’전에 출품된 일본 작가 코이치로 아즈마의 ‘무한 차륜’. 56개의 자전거 바퀴로 제작된 작품은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움직일 때 건강한 활력을 얻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목적지인 아시아문화박물관 입구에 다다르면 우리에게 친숙한 ‘천일야화’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ACC가 2024년 상설기획전으로 선보이는 ‘천일야화의 길’(1월 8일~2024년 말까지)로,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영상이 관람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우리에게 아라비아나이트로 더 잘 알려진 ‘천일야화’속 300여 개의 작은 이야기를 총 8개의 주제로 구성한 독특한 콘셉트의 전시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1~2장은 ‘천일야화’의 기원부터 전승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인도와 페르시아에서 온 이야기가 지배세력의 변화를 따라 이라크와 이집트, 유럽으로 건너갔다 아랍에서 역수입한 과정을 그림과 연표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3~4장에서는 ‘천일야화’의 이야기나 주인공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다. 화자인 세헤라자드가 18세기 귀여운 페르시아 귀족 소녀로부터 21세기 당당하고 열정적인 여성으로 변해가는 모습과 이미지, 회화, 우표, 엽서, 영상 등을 통해 재현된 아랍의 모습이 전시돼 있다. 이어 5장 ‘라이브스케치’는 ‘세하라자드’, ‘하늘을 나는 목마’, ‘흘러간 삼남매’, ‘신바드의 모험’ 이야기의 주인공을 선택해 아시아 전통의상에 색을 칠하고 스캔하면 대형 화면을 통해 아시아 곳곳을 누빌 수 있는 디지털 체험공간이다.

6장에는 유럽에 처음 ‘천일야화’를 소개한 18세기 프랑스인 앙투안 갈랑의 번역본과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아랍어 전집 ‘천일야화’가 전시돼 있다. 7장은 ‘천일야화’ 속 아랍인들의 사회와 풍속을 살펴볼 수 있는 코너로 꾸며졌고, 마지막 8장은 전시장 내 설치된 무인안내기를 통해 3D 그래픽으로 구성된 가상현실 공간에서 ‘라마야나’, ‘천일야화’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즐길 수 있다.

올해 아시아문화박물관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기획전은 ‘살람, 히잡’(1월14일~2025년 3월17일)이다. 무슬림의 전통 복식인 ‘히잡’을 통해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자리로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전시다.

사실, 이슬람교는 전 세계 57개국 18억 명의 신자를 가진 세계 3대 종교 가운데 하나다. 특히 대표적인 의복인 히잡은 무슬람의 상징이지만 그 자체라 타 문화에게는 경계와 배타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전시된 예멘출신 사진작가 부슈라 알무타와겔의 ‘엄마, 딸, 인형’이란 주제의 연작은 히잡의 사회적 의미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준다. 9개의 사진으로 이뤄진 작품은 히잡이나 히잡을 쓰는 여성의 문제가 아닌, 히잡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존재를 지워나가는 구조에 비판적 메시지를 던진다.

ACC가 2024년 신년특집으로 기획한 ‘디어 바바뇨냐: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는 바닷길에서 만난 인도의 코치,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중국의 취안저우 등 아시아 해항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그 속에 담겨 있는 혼합문화적 특징들을 심미적으로 표현한 융복합 콘텐츠 전시다.
아시아문화박물관에서 나와 복합전시관에 다다르면 아시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신년 기획전이 기다린다. 해양·건축·식물&도시를 콘셉트로 내건 ‘디어 바바뇨냐: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건축전 ‘이음 지음’, 현대미술전시 ‘가이아의 도시’가 그것이다. ACC가 중장기발전계획(2023~2027년)에 맞춰 기획한 이들 전시는 도시문화(2023~2024년), 생활양식(2025~2026년), 아시아의 문명사(2027~2028년) 등 3단계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전시는 복합전시 1관의 ‘디어 바바뇨냐: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다. 아시아 도시문화연구의 일환으로 해항도시의 혼합문화를 주제로 한 융·복합 전시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스펙터클한 연출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거대한 함선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 연출과 역동적인 미디어 영상 등이 어우러져 인도의 코치,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중국의 취안저우 등 아시아 해항도시의 개방성과 포용성, 문화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복합전시2관 상상원의 ‘이음지음’은 미술의 언어를 통해 아시아의 건축과 사회를 조망하는 전시로 건축을 소재로 창·제작된 기둥 구조물과 중정, 회랑 등이 눈에 띈다. 특히 라운드 형태의 전시장 특징을 살려낸 작품들은 모든 도시들의 화두인 건축의 공존성을 국내외 19명 작가들의 발칙한 상상력으로 형상화 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핫한’ 작품은 셀레스토 부르시에 무주노의 ‘클리나멘’과 파멜라 포 신탄의 ‘에덴’이다. ‘클리나멘’은 원형의 푸른 색조에서 180개의 백자그릇이 서로 부드럽게 부딪히며 내는 경쾌한 소리가 관람객들을 ‘물멍’에 빠지게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가이아의 도시’가 열리고 있는 ACC 문화창조한 복합전시 3, 4관.
이번 ACC의 신년기획전의 마지막 주자는 3·4관의 ‘가이아의 도시’다. 가이아는 고대 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모든 생명의 탄생과 성장, 죽음과 재탄생의 순환을 관장하는 대지의 어머니를 상징한다. 근대 이후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등장으로 파괴된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리로, 관람객들에게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게 하는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강현 전당장은 “올해 ACC는 이번 복합전시관의 3개 전시를 필두로 실험성, 대중성을 아우른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문화전당의 문턱을 낮춰 지역민들의 문화향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문화예술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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