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견 한국건설 ‘유동성 위기’ 사실로
2024년 01월 14일(일) 19:30
사업중인 4개 현장서 중도금 이자 납입 지연 확인
2009년 워크아웃 이후 위기 고조…분양자들 불안

/클립아트코리아

지역 중견건설업체인 한국건설의 자금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해 연말부터 지역 경제계에서 한국건설 위기설은 줄곧 제기돼왔는데, 최근 몇몇 사업장에서 중도금 이자 납입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이 지역에서 추진 중인 사업장은 20여 곳으로, 분양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4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은 지난 12일 자신들이 추진 중인 광주지역 4개 다세대주택 분양자들에게 중도금 대출 이자 납입 불가 상황에 대한 사과문을 발송했다.

한국건설은 사과문에서 “최근 시공한 사업과 관련해 고객의 중도금 대출 이자 납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고객님께 피해를 드리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조속히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4개 주택 분양자들은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은행으로부터 이자상환액을 통보하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한국건설이 중도금 이자를 내지 않았으니 분양자가 직접 이자를 내라는 내용으로 금액까지 적시됐다.

한국건설이 건설 중인 광주시 동구 궁동의 한 주택을 분양받은 A씨는 “지난 11일 갑자기 이자상환액 43만원을 내라는 연락을 받고 한국건설에 연락을 해보니 자신들이 중도금 이자를 내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갑작스레 중도금 이자를 내야 할뿐더러, 집이 제대로 지어질 지도 몰라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출을 실행한 물건(아파트) 공정률이 예정보다 낮은 데다, 공정률 관련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분양자들에게 이자 납입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분양받은 주택은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분양이 이뤄졌다. 한국건설이 대출이자를 부담하기로 하고 이를 부담할 수 없을 경우엔 분양자가 부담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됐지만, 분양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4개 주택단지의 경우 주택보증보험공사(HUG) 분양 보증에 가입돼 있어,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분양 보증이 없는 한국건설 사업장이 다수라는 점에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건설은 보증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30가구 미만의 아파트를 여럿 분양했기 때문이다. 분양자들은 이자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들어간 자금 전부를 잃는 건 아닌지 불안해 하고 있다.

한국건설의 경영 악화설은 지난해부터 지역 건설업계에서 꾸준히 오르내렸다. 고금리와 자재값 인상 등으로 건설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한국건설은 특히나 건설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나왔다.

당장 한국건설이 시공 중인 한 아파트 현장은 공사가 중단 된 지 2달 여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는 얘기와 자재 대금 지급을 수개월째 미루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 도급순위 99위를 기록한 한국건설은 지난 2009년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에 돌입한 바 있다. 한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소규모 고급단지와 장기임대 사업에 집중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미분양 등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건설과 관련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은 최근 불거진 태영건설 PF 사태와 비슷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나 문제가 되는 건 한국건설이 보증 보험이 없는 현장이 많다는 점으로,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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