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田 그림모내기
2024년 01월 14일(일) 19:15
정명숙 초대전 31일까지 브리티 갤러리

‘대나무 잎사귀는 색이 되어 쌓여간다’

한겨울 ‘그림모내기’라 명명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구 농성동 브리티 갤러리(대표 김태희)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정명숙 작가 초대전 ‘田, 그림모내기’전.

주제가 말해주듯 작가는 그림 그리는 행위를 농사라 상정한다. 사실 그림 그리기뿐 아니라 글을 쓰는 것도 노래를 업으로 삼는 것도 일종의 농사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것도 농사에 해당한다. 범박하게 말한다면 무엇인가 애정을 가지고 키우고 성장시키는 일련의 행위들은 모두 농사에 해당한다.

정 작가의 ‘그림모내기’전에서는 자연 풍경, 시골 모습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출품된 20여 점의 작품 가운데는 풀잎, 대나무잎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다수다.

작가는 “광주에 살다 화순으로 이사를 오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보게 되었다”며 “이전에는 내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그렸다면 이사를 온 이후로는 자연에서 느껴지는 색 그대로를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림 전시를 준비하면서 시골 농부들의 모내기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농부들의 모내기와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대나무 잎사귀는 색이 되어 쌓여간다’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댓잎을 그린 작품이다. 빛의 효과로 잎사귀마다 다르게 표현된 밝음과 어둠이 이채롭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잔설이 댓잎에 미려하게 엉겨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또 다른 시적인 제목이 돋보이는 작품 ‘여린 초록 사이사이로 파아란 하늘이 내려 앉아 있었다’는 초록 잎에 투영된 하늘의 이미지를 초점화한 것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잎이 한데 어울려 있어 어디가 하늘빛이고 어디가 초록빛인지 구분할 수 없다. 푸름과 파랑이 절묘하게 뒤섞인 색은 그렇게 신비의 아우라를 선사한다.

한편 김태희 대표는 “이번 전시는 미래의 셀러브리티 작가를 발굴해 작가적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작가와 관람객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