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들어내는 고통이 당신을 아름답게 울리도록”
2024년 01월 08일(월) 10:30
문예위, 매주 수요일 인문360서 '한밤의 낭독자들' 공개
책속 문장 선별해 들려줘...1회 정지우 작가 출연

한밤의 낭독자들 1회에서 낭독자로 출연한 정지우 작가 <인문360 채널 갈무리>

“모두가 자신의 꿈을 꾸고 극한의 자유를 느꼈다는 찬사를 보낼 때, 어린 저는 자유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에만 집중하십시오(‘달러구트 꿈 백화점’ 중에서)”

낭독의 밤, 정지우 작가가 읽어주는 책 속 문장들이 별처럼 빛났다. 무한 경쟁과 고독, 불안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든 청춘들에게 미려한 언어들은 잠시나마 위로가 됐을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공동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인문360에서 선보인 ‘한밤의 낭독자들’은 명사들이 책 속 구문을 직접 선별해 읽어주는 온라인 릴레이 낭독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밤 9시마다 진행하며 지난 3일 정지우 작가가 첫선을 보였다.

이날 강의에서 정지우는 ‘누구나 겪는 깊은 고독과 마주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소통했다. 변호사로도 알려진 그는 ‘청춘인문학’,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등 청춘의 고민을 들여다보는 저서를 출간하며 주목받았다.

정 씨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산문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속 구문을 읽어줬다. 릴케는 ‘말테의 수기’ 등의 소설과 수많은 시편을 남겼는데, 운문·산문에 비해 조명받지 못했던 릴케의 산문(편지)을 묶은 서간집을 소개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정지우는 “이 책을 20대 때부터 좋아해서 스무 번도 넘게 읽었고, 릴케 산문을 주제로 ‘고전에 기대는 시간’을 집필하거나 팟케스트를 녹음했던 경험까지도 있을 정도”라며 릴케 서간집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냈다.

‘한밤의 낭독자들’ 포스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그토록 많은 인간들이 그들의 운명이 가슴 속에서 살고 있는 동안, 그들의 운명을 흡수하고 그들 내면에서 변화시키지 못한 바로 그 까닭에 그들의 가슴에서 나간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습니다(책 속에서)”

책 속 문장들은 사회적으로 팽배한 개인주의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법한 내용이다. 그는 ‘운명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운명의 방을 그저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갖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저마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외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내는 고통으로 비탄을 견디도록 하세요” 등 문장을 들려주며 절망에 빠진 청춘들을 격려했다.

정 씨는 “고독을 상상할 때 방 안에 홀로 갇혀있는 상상이 된다”며 “그러나 책은 우리가 고독할수록 그만큼 더 넓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그 영역은 별에 닿을 만큼 넓어져 나를 성숙시킨다”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이날 강의에 이어 10일부터는 박준 시인, 싱어송라이터 시와, 영화감독 장항준 등이 매주(수요일) 릴레이로 출연할 예정이다. 2월에는 배우 이설, 여행작가 최갑수를 비롯해 소설가 김중혁, 유튜버 김겨울이 각각 시민들을 만난다.

문예위 관계자는 “‘한밤의 낭독자들’은 단순한 인문 콘텐츠를 넘어, 청년층이 겪고 있는 일상 속 압박이나 심리적 고립감 등을 위로하는 소통의 장이다”며 “청년을 위로하고 문화예술로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앞으로도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인문360 공식 유튜브에서 다시볼 수 있다. OTT 플랫폼 등에도 공개 예정.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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