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 - 명학수 지음
2023년 12월 29일(금) 16:00 가가
대학생 커플 ‘나’와 ‘영주’는 경마장에 갈 때마다 ‘이기는 말’만 골랐다. 다음 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 두 사람은 거듭되는 기적을 마주하며 행복에 겨워했다.
그러던 두 사람의 사랑도 결국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마주친 둘은 그날을 회상하다가 갑작스레 영주가 비밀 하나를 털어놓는다. 사실 혼자 갈 때마다 ‘지는 말’만 골랐었다는 것. 영주는 이기는 말만 골랐던 것이 “우리의 초능력”이었다는 쓰린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명학수 소설가가 첫 소설집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을 펴냈다. 소설집 제목과 동명인 표제작을 비롯해 ‘호수’, ‘은하’, ‘dmswl’, ‘미친개의 처분에 관한 보고서’ 등 여덟 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작품들은 소설적 허구와 사실을 넘나들면서 세계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에서 거듭되던 새내기 연인들의 행운은 반쯤 ‘허구’다. 그 이면에는 ‘꽝’의 아픔을 모두 짊어지고 있던 영주가 있었다. 두 사람이 결별한 이유는 짐작건대 말(언어)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미친개의 처분에 관한 보고서’도 마찬가지. 소설은 햇빛로 32단지라는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인간의 파괴성에 대해 흡입력 있게 이야기한다. 또 ‘dmswl’에서 고등학생 딸인 주인공 ‘은지’가 자살하고, 그 뒤 밝혀지는 임신의 비밀 등도 허구와 사실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시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서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러면서도 책은 찬연한 문장들로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랑에 임하는(혹은 임하려는) 현대의 연인들에게 그 적절한 ‘자세’를 조언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창비·1만6천8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그러던 두 사람의 사랑도 결국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마주친 둘은 그날을 회상하다가 갑작스레 영주가 비밀 하나를 털어놓는다. 사실 혼자 갈 때마다 ‘지는 말’만 골랐었다는 것. 영주는 이기는 말만 골랐던 것이 “우리의 초능력”이었다는 쓰린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목소리는 시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서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러면서도 책은 찬연한 문장들로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랑에 임하는(혹은 임하려는) 현대의 연인들에게 그 적절한 ‘자세’를 조언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창비·1만6천8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