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12월 07일(목) 21:30
브로커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의 부탁을 받고 거래를 대신하거나 연결해주고 이익(수수료)을 얻는 사람, 즉 거래를 중개하는 중개인을 일컫는다. 두번 째 의미로는 사기성이 짙은 거간꾼으로 사용된다. 현재는 중개인이라는 상업적 의미는 거의 희석되고, 불법적이거나 위험한 행위를 연결해주고 돈을 챙기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취업 브로커, 병역 브로커 등과 같이 듣기만 해도 범법 행위가 연상되는 의미로 다가온다.

한반도 분단 상황으로 인해 탈북과 대북 송금을 맡는 중개인이 생겨 났는데, 바로 송금 브로커와 탈북 브로커이다. 최근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표한 ‘2023 북한 이탈 주민 경제사회 통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이탈 주민들은 북한 가족에게 연평균 367만 원을 송금하고 있는데 돈을 보낼 때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가 송금액의 절반(48%) 가까이를 차지했다. 즉 송금 브로커가 송금액 367만 원을 받아 절반 가량인 180만 원을 수수료로 챙기고, 나머지만을 전달한다는 의미이다.

북한 이탈 주민 등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의 국경 지형에 익숙하고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조선족들이 탈북 브로커로 활동한다고 한다. 탈북 브로커 비용은 2000년대에는 1인당 500만 원 안팎이었지만 2020년 이후, 북한의 경계와 중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20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다. 코로나 봉쇄 시기에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

국내에선 2005년 단군 이래 최대 법조 브로커라는 윤상림 사건이 터졌는데 판사, 변호사, 경찰 수뇌부 등 고위층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잊혀진 듯 했던 대형 브로커 사건이 광주·전남에서 터졌다. 사건 브로커 S씨와 직간접으로 얽힌 경찰 승진 청탁, 지자체 공사 수주 등의 의혹이 터지면서 다수 경찰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수사 대상자 중 한 명인 전직 지방경찰청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사건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탈북 브로커와 같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형태이든 브로커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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