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문화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3년 11월 29일(수) 00:00
김치의 역사가 불분명한 것처럼, ‘김장’ 역시 언제부터 누가 시작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조선시대부터 이른바 ‘품앗이’라고 해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일을 돕는 문화가 있었고, 그 과정에 김치를 함께 담그던 것이 오늘날의 김장 문화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할 정도다.

그런데 요즘 김장의 중요성이 시들해지면서 김장을 다량의 김치를 담그는 행위나 그렇게 담근 김치를 일컫는 말 정도로 단순화하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미 십 년 전에 김장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도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올린 것은 김치가 아니라 김장이라는 것이다. 등재 과정에서 우리 문화재청이 ‘김치와 김장 문화’가 등재됐다고 설레발을 떨었다가 유네스코로부터 주의를 들은 사례에서 보듯 인류가 주목한 것은 김치이기보다는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김장이라는 전통 문화인 것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김장은 연중 큰 행사였지만 요즘은 핵가족화와 식단의 서구화, 외식의 보편화로 한 가정에서 소비하는 김치의 양이 대폭 줄었고 도시화와 아파트 인구의 증가로 공동체 문화가 시들해지면서 조금 보기 힘들어졌다. 다만 지자체, 부녀회, 교회, 봉사단체 등이 취약 계층에게 나눠주기 위해 단체로 김장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고 김치를 담글 줄 모르는 세대가 주부가 되면서 김치 담그는 법을 전수하기 위해 문화교육센터의 김장교실에 참가하는 정도다.

다행인 것은 김장을 하느니 사서 먹는다는 ‘김포족’이 늘고 있다 해도 아직은 가족이나 친지끼리 모여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김치를 많이 담그는 게 번거롭고 뒤처리도 힘든 일인지라 김장하는 날에는 싱싱한 굴을 준비하고 수육을 삶아 김칫소와 곁들어 먹으며 정을 나누는 전통도 지켜오고 있다. 힘들고 번거로워 여성들의 불평이 있긴 하지만, 김장은 여전히 우리가 이어가야 할 전통 문화이자 잔치다.

/bigk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