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개인전, 온갖 풍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와 나’
2023년 11월 28일(화) 20:30
12월 4일까지 이화갤러리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Ⅱ’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이창희 화가의 작품 속 인물은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전체적인 윤곽만 있는 인물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 각각의 인물들은 남성인지 여성인지, 또는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든 모습으로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마치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이창희 작가의 개인전이 이화갤러리(동구 예술길 19-2)에서 오는 12월 4일까지 열린다.

주제부터 친숙한 나무를 차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나무와 나’라는 주제에는 지나온 삶의 흔적과 편린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나무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온갖 풍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를 초점화한 것 같다.

모두 20여 편의 작품들 가운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발길을 멈추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다. 그 질문은 작가 스스로에게 하는 물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작품을 보는 모든 관람객들을 향해 던지는 반문이기도 하다.

이밖에 전시장에서는 ‘나무이야기’를 비롯해 ‘외줄타기’, ‘석양에 눈물나다’ 등과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는 “넉넉한 품을 지닌 나무의 건강한 생명력을 닮고 싶었다. 지난해 가지치기한 나무들이 그 잘려 나간 곳에서 새순을 피워내는 탄생과 소멸의 자연순환, 그 나무들을 나의 색으로 표현했다”며 “조금은 더 단단해질 나를 기대하며 세상 밖으로 나갈 늦은 용기를 내어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작가는 서울여대를 졸업했으며 2023광주시미술대전 등에 입선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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