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남도 풍광 즐기며 호국의 역사 배운다
2023년 11월 28일(화) 19:20
2023 전남 방문의 해 이번엔 어디로 갈까
<19> 의병 유적지 따라 떠난 전남관광
구한말 전남의병 수·교전횟수 전국 절반 육박
나주·장성·화순·구례·고흥 등 사적지 산재
김천일·석주관 칠의사 등 임진왜란 의병 활약
화엄사·나주관·쌍산재 등 인근 볼거리 명소
12월9~10일 유홍준과 떠나는 문화유산답사

구례 석주관은 7명 의사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이들은 1597년 11월 초 의병을 모집해 일본군과 처절한 혈전을 벌이다 숨졌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전남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를 둘러보고 담긴 이야기와 의미를 찾아보는 답사기는 자신만의 여행기를 채워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남도가 기획, 추진중인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명지대 석좌교수가 직접 참여해 강진·해남·영암 등에서 진행하는 ‘남도문화유산답사 1박 2일’(12월 9~10일) 프로그램도 참여 문의가 쏟아지면서 모집인원(100명)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답사가에 대한 관심 만큼 자신만의 차별화된 여행 테마를 설정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여행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말의병의 대명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병 관련 유적지가 많은 지역이 전라도다. 유 교수가 자신의 답사기 1권에 썼던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썼던 대목을 빌리면 ‘전남 전 지역이 의병 박물관’이라는 문구도 틀리지 않는 지역이다. 조금 뻔하지 않은 여행을 계획한다면 전남 곳곳의 의병 유적지와 인근 관광지까지 챙겨보는 패키지 여행 일정을 짜보는 건 어떨까.

◇호남 의병의 대명사, 전라도 ‘의병박물관’=구한말 전남·전북 등 호남 의병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의병항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1908년에는 일본 군경과 교전회수 및 교전 의병수에서 전국 대비 25%와 24.7%를 차지했고 1909년에는 47.2%와 60.2%에 이를 정도로 그 역할이 막대했다.

특히 전남의병의 경우 1909년 교전회수와 교전 의병수에서 전국 대비 31.5%와 45.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활약을 펼쳤다.

한말 호남대의소(湖南大義所)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장성의병과 나주의소(羅州義所)로 활약한 나주의병이 전라도 최초의 한말의병인데, 장성군 진원면 고산서원 등은 이러한 역사를 찾아볼 수 있는 장소다.

한말 의병 뿐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 활약상도 뛰어나다. 나주, 장성, 화순, 구례, 고흥 등에는 이러한 호남 의병들의 강렬한 활약상을 엿볼 수 있는 사적지를 찾아볼 수 있다.

나주 정렬사는 임진왜란 때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김천일 선생을 비롯한 나주의 충절인물 5명을 모신 곳이다. <전남도 제공>
나주의 경우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에서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킨 지역. 전라도 최초 의병장 김천일을 비롯, 수많은 나주 의병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주 정렬사는 김천일 선생 등 전라도 의병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의병장 김천일은 임진왜란 발발 석 달만에 ‘창의사’ 칭호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창의사는 임란 발발 이후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사람을 높여 부른 호칭.

나주로 의병 유적지 답사 여행 코스를 잡았다면 나주를 상징하는 나주향교를 거닐다 국밥거리에서 국밥을 맛보는 게 정해진 코스다. <나주시 제공>
전남도가 건립을 추진중인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이 이뤄지면 나주를 비롯, 전남지역 의병 활약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례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길목에 위치한 점 등으로 임진왜란 당시 처절한 혈전이 펼쳐진 지역이다. 특히 구례 석주관 유적은 경상도 서부 해안에 상륙한 뒤 섬진강 연안을 거슬러 올라온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공간이다. 석주관에서 싸운 의병장들을 ‘석주관 칠의사’라고 해 성터 옆에 사당을 세웠다.

화순군 능주면에 위치한 능주삼충각도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모집해 싸우다 진주성 전투 중 숨진 최경회, 문홍헌 등의 충절을 표창하기 위해 세운 공간으로 의미가 있어 찾아볼 만하다.

◇유적지 옆 볼거리 가득한 전남 명소=의병 유적지만 보고 가긴 아깝다. 의병 유적지 주변에 널린 경치 좋은 핫플레이스가 적지 않아 여행의 즐거움을 두 배로 키울 수 있다.

구례의 경우 석주관을 둘러본 뒤 화엄사,사성암, 천은사 등으로 발길을 돌리다보면 여행 일정이 빠듯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구례 화엄사는 고즈넉한 늦가을 풍광을 느낄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석주관 전투를 앞두고 승병과 군량미를 지원한 기록도 남아있어 의병 유적 답사지로도 손색이 없다. <전남도 제공>
화엄사는 임진왜란 당시 석주관 전투를 앞두고 승병과 군량비를 지원한 기록이 남아있다. 굳이 의병과의 관련성을 꺼내지 않더라도 지금 이맘때면 고즈넉한 늦가을 산사의 풍광을 담아올 수 있다. 화엄사 7개 암자(연기암-청계암-보적암-미타암-내원암-금정암-지장암)를 도보로 순례하는 ‘7암자 순례길’을 둘러보는 코스도 특별하다.

천은사는 TV 드라마로 알려진 수홍루를 비롯해 천은사 주변 ‘상생의 길’(총길이 3.3㎞)을 걷는 코스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상생의 길’은 크게 ▲나눔길(1.0㎞·소나무숲 입구~불심원) ▲보듬길(1.6㎞·천은사 산문~제방~수홍루) ▲누림길(700m·천은사 산문~수홍루) 등 3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구례 쌍산재. <구례군 제공>
구례 쌍산재와 더불어 밀과 천연효모로 구운 빵을 판매하는 빵집은 몇 시간 차를 몰고 가는 것을 마다않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인증샷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가을 여행 떠나기에 장성만 한 곳이 없다. 전남의 관문인 데다 광주시와 가까워 백양사, 축령산, 장성호 등 관광지를 찾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고즈넉한 가을 나들이 준비를 돕고자, 장성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숨겨진 가을 명소’들을 직접 걸어봤다.

장성은 늦가을 풍광 명소로 유명하다. 백양사 애기단풍길은 주말에는 차가 막혀 진입조차 힘들 정도다. 장성호 관광지(북하면 쌍웅리 273)도 가을 풍광을 감상하기에 적합합다.

나주로 목적지를 잡았다면 산림자원연구소의 잘 꾸며진 숲길과 천년 목사고을 나주를 상징하는 문화재인 금성관, 나주향교, 나주목사내아, 국밥거리 등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