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의 소멸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11월 28일(화) 00:00 가가
“나에겐 문화유적이요 박물관이자 백화점이었는데 어른들의 놀이터요 사랑방이 세월의 몹쓸 약을 먹고 이젠 지쳐 주인마저 보이지 않는다.”
김규환 작가는 2004년 펴낸 ‘잃어버린 고향풍경1’에서 구멍가게를 추억한다. 곁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정작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되는 소중한 공간들이 있다. 구멍가게가 그러하다. 구멍가게의 사전적 의미는 ‘조그맣게 물건을 차려놓고 파는 집’이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동네에 있었던 구멍가게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까지 골고루 비치하고 있었다. 학교 앞에 자리한 구멍가게는 문방구까지 겸하기도 했다.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마을공동체 중심에 있었던 구멍가게는 단순히 생필품을 파는 잡화상을 넘어선 따뜻한 공간이었다.
부모님이 구멍가게를 운영했던 정근표 작가는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구멍가게’에서 “구멍가게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행복을 파는 곳”이라고 말한다. “우리 가족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절을 함께 했던 구멍가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우리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행복의 참뜻을 깨닫곤 한다.”
구멍가게는 1970~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차츰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백화점, 1000원 샵 등의 약진에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1999년 네티즌 500명을 대상으로 한 ‘21세기 유망·퇴출 직업’조사에서는 ‘구멍가게 주인’이 퇴출 직업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구멍가게의 상호 또한 ‘OO상회’를 탈피해 ‘OO슈퍼’ 등으로 바꿔가며 시대 흐름을 좇았으나 역부족이었다. 구멍가게를 소멸시킨 원인은 결국 자본의 논리와 소비자의 취향 변화라 할 수 있다.
이제 구멍가게를 대신해 ‘도시의 구멍가게’ 격인 편의점이 24시간 불을 밝힌다.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 고품질을 동시에 선호하는 현대인은 ‘오래된 것’의 소중한 가치를 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구멍가게가 품었던 온기와 마을사람들의 유대감 등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라져가는 ‘오래된 공간’ 속에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무형의 자산들이 듬뿍 담겨있기 때문이다.
/song@kwangju.co.kr
김규환 작가는 2004년 펴낸 ‘잃어버린 고향풍경1’에서 구멍가게를 추억한다. 곁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정작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되는 소중한 공간들이 있다. 구멍가게가 그러하다. 구멍가게의 사전적 의미는 ‘조그맣게 물건을 차려놓고 파는 집’이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동네에 있었던 구멍가게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까지 골고루 비치하고 있었다. 학교 앞에 자리한 구멍가게는 문방구까지 겸하기도 했다.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마을공동체 중심에 있었던 구멍가게는 단순히 생필품을 파는 잡화상을 넘어선 따뜻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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