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혁신위 압박에 중진·친윤 “지역구 사수” 무응답
2023년 11월 14일(화) 19:35
장제원·주호영 “서울 가지 않겠다” …인요한 “기다릴 것”
당 지도부 난감…김기현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연동 국민의힘 제주도당사를 찾아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의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 지 열흘이 넘도록 당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4일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에게 “저는 100% 확신한다. (중진·친윤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 위원장은 친윤(친윤석열)계 중진 의원 등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권고 대상을 특정해 명단을 작성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인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중진들이 혁신위 권고에 지역구 사수 의지를 보이며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압박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하면서도 용퇴 권고를 거둬들일 생각은 없다는 의중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대상자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만이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불출마든 험지 출마든 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냈고, 다른 의원들은 오히려 지역구 사수 의지를 드러냈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지지자 모임인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5선의 주호영 의원도 지난 8일 대구 수성구청에서 의정 보고회를 열고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서울행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중진들의 반발이 구체화하자 혁신위 조기 해산설도 한때 나왔지만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전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혁신위 발족 초기에 혁신위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조기 종료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위원 간에 오고 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은 “13일 시점에서 혁신위 활동을 조기 종료하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도 없었고 그와 관련된 합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혁신위가 조기 종료를 고려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조기 종료설이 흘러나오는 것부터가 ‘압박성 메시지’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혁신위와 친윤·중진들의 기 싸움 속에 지도부는 난감한 모습이다. 당장 지도부 중에서도 혁신위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대상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김기현 대표도 지난 9일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당장은 ‘결단’을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중진·친윤 의원들이 ‘결단’을 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혁신위 내부에서 조기 해산 의견이 나왔다는 것에 대한 불만의 기류도 감지됐다.

이날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가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저도 혁신위원장 개인 생각인지, 대통령의 어떤 마음이 들어있는 건지 유심히 봤는데 제 결론뿐 아니라 당내 다수 중론은 ‘대통령 주문’이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굉장히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윤핵관이 사실상 없어지는 단계에 왔다”며 “예를 들어 권성동 의원 같은 경우 지금 당에서 아무도 그분을 윤핵관으로 안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이날 제주 4·3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희생 대상으로 언급한 중진들로부터 응답이 없다’는 질문에 “절대 이름은 거명 안 했지만, 분명히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이 빨리 발전하는 것은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지만 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라는 표현을 동원해 중진 용퇴론을 압박했던 것에 대해선 “교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을 썼다고 집사람에게 야단을 맞았다”면서도 “매는 여론이고 여론은 국민이다. 그 매는 (총선 때) 국민의 투표로 이어진다. 그렇게 복잡한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권고 대상 명단과 관련 “무슨 리스트(명단)인지도 모르겠다”며 “그런 일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개인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나는 지역구에 많은 유혹받았지만 안 나간다”라고도 말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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