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캠프 키워드는 ‘피치클락’…투구 시간 제한에 투수들 ‘秒싸움’
2023년 11월 09일(목) 00:25
[KIA 타이거즈 오키나와 캠프를 가다]
불펜에 초시계 등장 적응 훈련
윤영철 “세트포지션이 관건”
김기훈 “루틴 단순화는 장점”
한승택 “포수 역할도 중요해”
새 제도 맞춰 전력분석팀도 분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 마무리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KIA 김기훈이 8일 초시계를 켜놓고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내년 시즌 KBO에 ‘피치클락’이 도입되면서 KIA는 ‘시간’에 초점 맞춰 투수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시간은 금이라고 했다. KIA 타이거즈가 마운드에서 금을 캐고 있다.

KIA는 일본 오키나와에 마무리캠프를 꾸리고 내년 시즌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번 캠프의 화두는 ‘시간’이다.

내년 시즌 KBO에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변화가 바로 ‘피치 클락(Pitch Clock)’이다. 쉽게 말하면 투구 시간제한이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이너리그 실험을 거쳐 올 시즌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KBO가 리그에 맞는 규칙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 아직 구체적인 시행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KIA는 일단 메이저리그를 기준으로 ‘피치 클락’을 준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들이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는 경우 20초에 맞춰 투구를 완료해야 한다. 견제도 두 번으로 제한되며, 타자들은 8초 안에 타격 준비를 끝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를 받는 만큼 의도치 않은 볼넷과 삼진이 나올 수도 있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위해 KIA 불펜에 새로운 장비 ‘초시계’가 등장했다.

투수가 포수로부터 공을 넘겨받는 순간부터 초시계가 가동된다. 처음에는 초시계를 보면서 던지고, 나중에는 초시계 없이 피칭하면서 감을 잡고 있다. 단순히 공만 빨리 던지는 게 아니라 타자·주자와의 호흡 싸움이기도 한 만큼 슬라이드 스텝에도 신경 쓰고 있다. 투수조 엑스트라 훈련의 주제도 ‘피치클락’이다. 8일에는 김기훈, 유승철, 김민재가 주자가 있는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투수들과 함께 전력분석팀도 바빠졌다.

방석호 전력분석원은 “당장 KBO기준이 안 나와서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선수들 루틴 이런 것 단순화하고 있다. 캠프 첫날부터 연습 계속하다 보니 루틴이 줄어들면서 다 초 안에 들어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초시계를 앞에 두고 불펜 피칭을 했던 김찬민은 “초 안에는 다 들어오고는 있는데 힘들기는 하다. 숨이 차다. 시합 때는 이것보다는 천천히 할 것은 같지만 연습은 최대한 빠르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템포가 느린 편인 윤영철은 ‘쇠뿔도 단김에 뺄’ 생각이다.

윤영철은 “ 투수가 불리할 것 같다. 템포가 긴 투수도 있다”면서도 “템포를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올 시즌 끝나고 원래 하려고 했다. 마침 제도가 생겨서 미리 대비하고 있다”고 웃었다.

또 “던질 때 크게 의식은 안 하는데 세트 상황에서가 문제다. 와인드업은 괜찮지만 세트에서는 주자를 신경 써야 한다. 주자 신경 안 쓰고 일정하게 던지면 상관없지만 그렇게 되면 주자가 움직이게 된다. 세트만 준비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기훈도 투수에게 불리한 부분이라면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김기훈은 “코치님들께서 확실한 룰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셔서 거기에 맞게 운동하고 있다. 잡동작이 많아지면 불리한 상황이 나올 수 있어서 알려주신 대로 거기에 맞춰서 엑스트라 훈련도 하고 있다”며 “투수에게 불리하지만 이걸 하면서 좋은 게 던질 때 잡생각이 안 든다. 내 루틴을 단축해서 그 루틴만 확실하게 하고 포수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그 부분은 장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승철은 ‘견제’ 부분이 신경 쓰인다.

유승철은 “시합 때 해봐야 하지만 확실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나는 로진을 안 만지는데 로진을 많이 만지는 선수는 그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주자 있을 때 견제 2개밖에 못 하니까 2개 하고 나면 심리적인 압박이 클 수 있다. 시간을 줄여서 주자와 타이밍 싸움을 하는 게 방법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포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포수들도 변화에 맞춰 같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한승택은 “투수가 공을 받고 나서 초가 시작되니까 투수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고, 이후 템포를 빨리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포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며 “사인 낼 때, 벤치에서 사인 나는 것도 미리 봐야 할 것 같다. 1·3루, 1·2루일 때 3루나 포수가 사인낼 때 포수가 공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코치님, 선수들과 이야기해서 맞춰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베테랑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다. 젊은 선수들은 더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니까 마무리캠프에서 일찍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룰이 정해지면 신경 써서 해야 할 것 같다. 15초가 짧지는 않다. 포수만 잘해주면 어느 정도 괜찮을 것 같다. 사인하는 시간도 줄이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키나와=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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