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삶이라는 고통 - 한대수 지음
2023년 10월 19일(목) 19:30
전설적인 뮤지션, 한국 포크-락 음악의 대부 한대수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권유로 미국 뉴햄프셔 주립대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하고 이후 사진학을 전공했다.

한대수에게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 반려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체제 전복적인 음악’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곡이 금지되어 음악으로 한 푼도 벌 수 없었을 때 그를 먹여살려주는 돈벌이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삶이라는 고통’은 1960년대부터 2007년까지 40여 년 동안 필름 카메라로 찍은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개인과 시대의 기록이다.

2016년 뉴욕으로 건너간 한대수는 그동안 수십 개의 박스에 쌓아두었던 수십만 장의 네거티브와 슬라이드 필름을 정리하면서 사진집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공개한 적 없는 희귀 흑백·컬러 사진 100여 점을 추려 책에 담았다.

눈에 띄는 사진은 1960년대 말 뉴욕과 서울 풍경을 담은 흑백 사진들이다. 68혁명 시기의 자유분방한 공기와 활기,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도시 빈민의 실의와 절망이 뒤섞여 있는 뉴욕의 모습, 개발도상국이 되기 전 가난한 도시민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서울의 모습은 동시대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조적이다.

사진집에는 이와함께 뉴욕, 모스크바, 파리, 탕헤르, 바르셀로나, 스위스, 태국, 몽골, 베이징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도 담았다.

한 작가는 “필름 이미지는 아웃라인이 매끄럽지 않고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것과는 차이가 크지만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그때 쏟아 부었던 피와 땀과 눈물이 느껴진다”며 “때로는 희미하고 때로는 포커스가 안 맞더라도 내 인생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보여드리니 맥주 한잔 마시며 즐기라”고 소회를 밝혔다. <북하우스·3만3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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