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편지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3년 10월 05일(목) 00:00
모든 문화가 그렇지만 음악만큼 시대와 밀접한 장르도 없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당시 들었던 음악을 통해 그 시절의 풍경을 떠올리며 ‘어느 한 때’를 동시에 추억한다.

제목은 몰라도 누구나 들어봤을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을 들으면 세대마다 다른 장면을 떠올릴듯하다. 중장년 세대는 일요일 아침, 차인태 아나운서의 ‘장학퀴즈’가 자연스레 생각날 테고, 젊은 세대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장면을 그려보지 않을까. 초등학생들은 유재석이 출연하는 학습지 광고를 떠올리며 “공부하기 싫어”를 외칠지도 모른다.

군대하면 연상되는 노래 역시 세대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학시절 군대 가는 친구들의 환송식 때면 다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정든 우리 헤어져도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최백호의 ‘입영전야’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 주기 싫어서”로 시작되는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가수 윤상이 만든 이 곡은 오랫동안 이별을 앞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마도 가장 생명력이 긴 곡은 ‘이등병의 편지’가 아닐까.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1990년 구입한 ‘겨레의 노래 1’ LP 음반을 통해서다. 김민기가 제작한 이 음반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이는 전인권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이등병의 편지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故) 김광석을 떠올릴 것이다. 이 노래는 그의 ‘다시 부르기’ 앨범에 실리며 인기를 모았고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면서 전 세대가 사랑하는 곡이 됐다.

이등병의 편지가 발표된 지 40년이 됐다. 이 곡은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작곡한 가수 김현성이 1983년 입대하는 친구를 서울역에서 배웅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만든 곡이라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전인권 버전의 이등병의 편지를 듣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시절로 돌아가 애틋해졌다. 최근 해병대원 순직사건에서 보듯, 이등병의 편지가 불리워진 40년 동안 ‘군대’라는 단어가 주는, 만감이 교차하는 그 감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왠지 마음이 무겁다.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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