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 조주형 광주대 문예창작과 1년
2023년 09월 25일(월) 22:00 가가
지난 1학기 한 프로젝트를 통해 1박 2일 일정으로 농촌 일손 돕기를 하러 갔다. 영암 상리마을. 그 곳에서 나는 아침엔 농민들의 농사일을 도왔고 저녁에는 그들의 말을 들었다.
이틀 동안 들었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농사 절대 하지 마라”, “농사는 내 대에서 끝낼 것이다.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거다”였다.
왜 농사를 하지 말라는 걸까. 왜 자식에게 물려주기가 싫은 걸까. 내게 있어 농사는 미래의 유망한 업종이자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이란 이미지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이장님의 모습은 정말 절박해 보였다. 말을 하는 내내 무언가 답답해하고 있었다. 말로는 자신의 마음을 전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로 전해졌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서 농사와 농민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내가 생각했던 농업인들, 그들의 삶이 어떻기에 저러는 걸까.
이틀째 아침, 농사일을 도우며 그들에게 들었던 말들이다.
“곡물자급률이란 게 있어요. 국내에서만 생산된 곡물로 비율을 내는데 이게 20% 대예요.”
“그것도 비율 계산하는 방식이 바뀌어서 그렇지, 예전 걸로 하면 20%도 채 안 되죠.”
“그러니까 우리가 농사를 지어도 팔 데가 없어요.”
“양곡관리법이니 뭐니,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데요.”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곡물자급률은 20.9%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변경된 자급률 산정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기존의 방식대로 한다면 18.5%로 20%대 아래로 떨어진다. 이장님은 또한 한해에 기름값, 인건비, 전기세 등으로 ‘나가는 돈’만 해도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셈이다.
양곡관리법 역시 기존에는 ‘미곡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되거나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이상 또는 이하를 매입하게 할 수 있다’라는 내용으로 정부가 쌀을 사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임의 조항이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때에 맞춰서 법의 적용을 받는 불확실한 상황을 농가는 겪어왔다. 최근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작년 대비 5~8%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로 매입한다는 내용의 임의 조항 부분을 의무화로 바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도, 부정적인 여론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찬·반 논쟁 사이에서 농민들의 삶이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MZ와 알파, 밀레니얼과 XY 세대, 이 모든 세대를 잇는 하나의 문제를 꼽자면 저는 농업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농업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세요.”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타기 전에 이장님께 들었던 말이다. 그 말을 듣고서 지금 우리는 농업에 대해 더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싶었다. 양곡관리법, 곡물자급률 등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이 문제를, 나아가 농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농사 절대 하지 마라, 농사는 내 대에서 끝낼 것이다,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거다’라는 말이 아니라 ‘농사 한번 해 봐라, 내 자식도 농부 시킬거야’와 같은 말을 듣는 시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관심이 하나하나 모이고 모여 어느 시점이 됐을 때 마음 놓고 웃음 짓는 이장님을, 어느 농민의 얼굴을 보고 싶다.
이틀 동안 들었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농사 절대 하지 마라”, “농사는 내 대에서 끝낼 것이다.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거다”였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이장님의 모습은 정말 절박해 보였다. 말을 하는 내내 무언가 답답해하고 있었다. 말로는 자신의 마음을 전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로 전해졌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서 농사와 농민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내가 생각했던 농업인들, 그들의 삶이 어떻기에 저러는 걸까.
“곡물자급률이란 게 있어요. 국내에서만 생산된 곡물로 비율을 내는데 이게 20% 대예요.”
“그것도 비율 계산하는 방식이 바뀌어서 그렇지, 예전 걸로 하면 20%도 채 안 되죠.”
“양곡관리법이니 뭐니,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데요.”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곡물자급률은 20.9%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변경된 자급률 산정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기존의 방식대로 한다면 18.5%로 20%대 아래로 떨어진다. 이장님은 또한 한해에 기름값, 인건비, 전기세 등으로 ‘나가는 돈’만 해도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셈이다.
양곡관리법 역시 기존에는 ‘미곡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되거나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이상 또는 이하를 매입하게 할 수 있다’라는 내용으로 정부가 쌀을 사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임의 조항이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때에 맞춰서 법의 적용을 받는 불확실한 상황을 농가는 겪어왔다. 최근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작년 대비 5~8%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로 매입한다는 내용의 임의 조항 부분을 의무화로 바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도, 부정적인 여론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찬·반 논쟁 사이에서 농민들의 삶이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MZ와 알파, 밀레니얼과 XY 세대, 이 모든 세대를 잇는 하나의 문제를 꼽자면 저는 농업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농업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세요.”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타기 전에 이장님께 들었던 말이다. 그 말을 듣고서 지금 우리는 농업에 대해 더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싶었다. 양곡관리법, 곡물자급률 등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이 문제를, 나아가 농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농사 절대 하지 마라, 농사는 내 대에서 끝낼 것이다,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거다’라는 말이 아니라 ‘농사 한번 해 봐라, 내 자식도 농부 시킬거야’와 같은 말을 듣는 시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관심이 하나하나 모이고 모여 어느 시점이 됐을 때 마음 놓고 웃음 짓는 이장님을, 어느 농민의 얼굴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