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택시운송사업조합(조합)이 최근 광주지역 택시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일명 ‘사납금’을 3만원 이상 올리겠다고 밝혀 법인택시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택시요금 인상으로 오히려 손님이 줄어 수입은 그대로인데 사납금을 올리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처럼 운전대를 놓고 대리기사나 배달·택배 운전 등으로 옮겨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0일 광주시와 민주노총 민주택시 광주본부(노조)에 따르면 지난 7월 조합은 노조에 ‘운송수입금 기준액’(기준액)을 기존 금액에서 3만 2000원 올리겠다고 공지했다.

기준액은 지난 2019년 사납금 제도가 폐지되고 ‘전액관리제’로 변경되면서 신설됐다.

전액 관리제가 도입되면서 택시 기사들의 수입구조는 매출액을 사측에 전액 지불하면 사측이 고정급여와 성과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정급여는 기사가 사측에 납부한 하루 매출액의 49%(야간수당·근속수당 포함)다.

기준액은 성과급여에서 적용된다. 기준액은 반일운전 기사(2인1차)의 경우 하루 16만 4500원이고 전일운전(1인1차) 기사는 19만 9000원이다.

하루 수입이 이 금액을 초과하면 ‘성과금’ 형태로 기사에게 제공되는데 사측이 초과 금액의 40%를, 기사가 60%를 가져간다.

하루 수입이 이 금액을 넘지 못할 경우 고정급여에서 삭감되는 구조여서 택시기사들은 기존 사납금 제도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지난 7월 1일 광주지역 택시요금이 오르면서(3300원→4300원) 이 기준액을 상향하겠다고 조합이 공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요금 인상과 물가 상승률 등을 토대로 기준액을 3만 2000원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조합 측은 “물가와 기름값이 오르면서 회사들도 기름값도 내지 못할 만큼 힘든 상황이라 기준액 상향은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법인택시기사들은 ‘요금이 오르면서 오히려 승객이 줄어 들었는데 기준액을 큰폭으로 올리면 생계유지를 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달 기준 25일 가량 근무하는 기사들은 기준액을 3만 2000원으로 인상하면 한달수익이 80만원이나 줄어든다는 것이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한모(50)씨는 “택시 요금이 인상되면 기사들의 수입도 늘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승객이 줄어 오히려 수입은 줄었다”며 “기준액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면 25년 째 하고 있는 택시기사 일도 그만두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김모(63)씨도 “택시승강장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회전율이 예전같지 않다”며 “하루에 기준액(19만 9000원)만큼도 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일할수록 적자”라고 호소했다.

조합과 노조는 11일 8번째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기준액 인상에 대해 논의한다. 노조는 요금인상과 물가인상을 고려하면 기준액 인상 마지노선으로 1만 2000원이 한계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앞서 지난해에도 기준액이 7000원 인상됐다”며 “하루 12시간 일해도 최저임금도 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노조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광주시는 “택시는 공공수단일 뿐 버스·기차·비행기 등 노선에 따라 운행하는 대중교통이 아니기 때문에 노사문제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시민 김모(55)씨는 “택시 요금 인상으로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인상분이 택시 기사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서비스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광주지역 법인택시종사자는 2019년에는 3583명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영업시간과 모임임원이 제한되면서 택시기사들은 대거 일자리를 떠났고 올해 8월 기준 956명 감소해 2627명이 법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