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 시각장애인은 요리할 수 없다? 편견 깬다
2023년 08월 24일(목) 20:05
지자체 첫 점자 요리책 발간…무료 나눔
깻잎김치·로제파스타·찜닭 등 김현진 명인 레시피 담겨
‘시각장애인은 칼과 불을 다뤄가며 요리를 할 순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책이 발간됐다.

광주시 동구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요리책’<사진>을 펴내고 무료 나눔을 시작한 것이다.

동구는 “광주 지자체 중 처음으로 지난 18일부터 점자 요리책 ‘요리조리 쿠킹클래스’를 발간해 광주시 동구 서남동 동구평생학습관에서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책에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한 20가지 요리의 조리법이 담겼다. 요리 종류도 깻잎김치, 상추겉절이, 진미채무침 등 간단한 반찬부터 로제파스타, 궁중떡볶이, 안동찜닭까지 다양하다.

여느 요리책과는 달리 사진은 한 장도 실려있지 않으나, 광주 무형문화재 제17호 남도의례음식장 김현진 명인이 정리한 요리법이 순서에 맞춰 자세하게 점자로 기록돼 있다.

비장애인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로 적은 레시피도 책 뒷면에 실렸다.

책은 동구가 최근 동구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조리 쿠킹클래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동구가 올해 교육부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사업’ 공모에 선정된 데 따라 운영됐다. 동구는 사업을 통해 국비 5000만원 등 총 1억여원을 들여 동구 지역 장애인과 그 가족, 비장애인 221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세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요리조리 쿠킹클래스’는 발달장애인 10명에게 요리 이론 및 실습 교육을 제공한다. 지난 5월 11일부터 7월 20일까지 운영됐으며 김 명인이 강사를 맡았다.

동구는 이 프로그램을 확장시켜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 교육까지 추진하자는 내부 의견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점자 요리책을 만들었다. 레시피는 김 명인이 ‘요리조리 쿠킹클래스’에서 제공했던 것을 글로 옮겨 담은 것이다.

점자 번역은 광주시 시각장애인연합회가 맡았다. 연합회 또한 지난 6월부터 광주시 동구 내남동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교실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열었는데 호응이 뜨거웠다는 것이다. 동구에서도 같은 취지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번역 작업에 동참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점자 요리책이 시각장애인 스스로 건강한 집밥을 해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인스턴트 요리와 배달 음식에 의존하기 쉽고,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또 연합회는 기존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요리책이 없어 레시피를 구두로 전달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요리책 덕분에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레시피를 배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동구는 점자 요리책을 총 100부 발간해 광주 지자체에 3부, 동구 장애인복지관에 10부, 광주 시각장애인연합회에 20부 배부했다. 나머지 67부는 동구평생학습관에 비치해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장애인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시 등록장애인 중 시각장애인 수는 7146명이며 이 중 동구에는 621명이 거주 중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