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2동 마을사랑채 “천원 ‘수요밥상’서 주민들 이야기꽃이 핍니다”
2023년 08월 15일(화) 19:00
주민 위해 ‘수요밥상’ 차리는 김영초 위원장
무릎할머니·할배요리사 등 프로 운영…대전 등 전국서 벤치마킹
2019년 동구 최초 개소…공동체 회복·복지 사각지대 해소 노력

광주시 동구 지산2동 마을사랑채 협의체(위원장 김영초)가 지난 9일 말복을 맞아 공유부엌에서 마을주민에게 삼계탕 80인분을 제공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광주시 동구 지산2동 마을사랑채 공유부엌에는 점심을 기다리는 주민들로 가득찼다. 지산2동 마을사랑채 운영협의체(위원장 김영초·사진·이하 협의체)가 매주 수요일마다 ‘수요밥상’을 운영해 주민들에게 점심밥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협의체와 마을봉사단 ‘희망나눔실천단’이 말복을 맞아 마을 어르신들께 대접할 삼계탕 80인분을 직접 준비했다.

마을사랑채는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마을 현안을 풀어가는 동네사랑방이라 할 수 있다. 운영을 맡은 협의체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발로 뛰는 ‘희망나눔실천단’이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재능기부·봉사활동을 펼친다. 지산2동 마을사랑채는 지난 2019년 8월 동구에서 최초로 개소했다.

공유부엌 한켠에서 봉사자들을 진두지휘하며 주민 한명한명 살뜰히 챙기는 사람이 눈에 띈다. 협의체 위원장 김영초씨다. 그는 1978년부터 지산2동에 거주하기 시작해 2020년까지 약 40년간 이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해왔다.

“무료라고 하면 많이 찾아오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1000원을 받기 시작하니까 마을 주민들이 ‘당당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더 많이 찾아오세요. 수익금은 다음 수요밥상에 전부 사용돼요. 이런 게 바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운영하는 마을사랑채의 의미 아닐까요.(웃음)”

돈을 내고 밥을 먹는다는 점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매주 주민들의 안부도 물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지산2동 인구는 약 4370명으로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이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1.9%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1인가구 비율은 48.7%에 달한다. 김 씨는 마을 인구가 줄고 청년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게 뭘까’ 항상 고민해왔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협의체 위원장을 맡아 누구보다 마을을 위해 힘써왔다. 작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동구 ‘구민의 상’을 받았다.

협의체는 마을공동체 회복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릎할머니’와 중년 남성들에게 성인지감수성을 키워주는 ‘할배요리사’ 등이 있다. ‘동계극장’을 운영해서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도 제공했다. 지산2동 마을사랑채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충남 공주, 대전 등 타지에서 견학을 올 정도다.

“지산2동은 주민들 사이에 벽이 없어요. 가족처럼 서로를 챙기고 돌보는 따뜻한 마을입니다. 마을사랑채가 생기면서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어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주민들을 위해 늘 힘 써주시는 봉사자들에게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

김 씨는 마을 취약계층과 어르신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협의체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는 주민들에게 에코백·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교육해 플리마켓에 참여할 계획이다.

/글·사진=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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