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호남예술제 최고상] 운문
2023년 07월 27일(목) 18:53
체리나무 키우기
이선우 <고양예술고 3학년>
이빨 뿌리 모양으로 자리 잡은 잇몸

혈관은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피 맛 나는 박하사탕을 굴리면

잇몸 위로 어린잎이 돋아나는 것 같다



거즈를 물고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첫사랑도 나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더 부풀어 오르는 잇몸에선

체리 통조림만큼 달콤한 맛이 난다

입 안에 자라나는 체리 나무는

마음까지 동글동글하게 만들어줄까



터지는 과즙을 그대로 흘렸다

티셔츠 위로 번진 붉은색은

체리 통조림만큼 달콤한 첫사랑



이빨 빠진 자리에 박하사탕을 박아 넣는다

아픈 만큼 쏟아내면 다시 자라날까봐

눈물로 뿌연 하루는 흐릿하게 일렁인다



네가 좋아하는

체리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문다

나의 혀 밑에선 선물로 받은

커다란 체리 나무가 자라난다

나무뿌리가 부푼 잇몸에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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