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거움이자 사랑 ‘닭’…문희진 ‘FRESH’전
2023년 07월 16일(일) 19:15
31일까지 ACC호텔 갤러리

‘Danger!?’

24시간 불빛이 비추는 비좁은 공간, 닭들은 몸을 바짝 붙인 채 연신 달걀을 낳는다. 수십 수백 개의 달걀은 예쁜 모양과 색깔을 지니고 있지만 닭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작은 공간에 갇혀 끝없이 달걀을 낳아야 하는 닭들의 운명은 밀집 사육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ACC호텔 갤러리(동구 금남로 226-11)에서 열리고 있는 문희진 작가의 ‘FRESH’전은 닭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개최되는 전시에서는 모두 25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품들은 유니크하고 유머러스하다. 작가가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닭에 대한 모습과 상상은 은근한 미소를 짓게 한다.

작가가 닭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전원생활을 하면서였다. “나의 즐거움이자 사랑”인 닭을 매개로 작가는 다양한 이미지와 단상을 풀어낸다.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은 ‘Shit’. ‘중년’에 이른 건장한 체구의 닭이 바위에서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를 낚아 올린다. 팽팽하게 당겨진 낚싯줄 아래 걸린 물고기는 너무도 작다. 그런데 그 옆에 나뭇가지 위해 올라 선 황새는 기다란 주둥이로 자신의 몸 길이만한 물고기를 가볍게 물고 있다.

기를 쓰고 작은 물고기를 낚아채려 애쓰는 닭과 황새의 여유로운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황새와 닭이 펼치는 물고기 잡이는 애당초 게임이 되지 않는다. 닭의 주둥이에서 ‘Shit’라는 비속어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작가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독특한 발상으로 닭을 의인화한다.

작품 가운데는 고양이가 닭들을 상대로 위험한 동물들에 대해 교육하는 장면을 포착한 그림은 희극적이다. 코끼리, 하마, 문어, 거북이 등을 조심하라고 단상에 선 고양이가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위험한 동물은 고양이 아닌가.

문희진 작가는 “닭은 한결같이 따끈따끈한 달걀로 내 건강도 챙겨줬다. 아름다운 헌신이다. 그 자태가 예쁘기는 또 이루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곱다. 집안 음식물 쓰레기는 종류를 마다하지 않고 먹어치웠고 먹고 싼 똥으로 온갖 과실들을 기름지게 했다”고 상찬한다.

한편 문 작가는 Flower전, House전 등 단체전 및 그룹전을 비롯해 서울, 부산, 군산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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