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입시’를 ‘창의적 스스로 공부 축제’로
2023년 07월 11일(화) 00:15 가가
이기영 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 호서대학교 명예교수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발언으로 떠들썩하다. 창의성·윤리성 등 교육의 기본 목표는 다 사라지고 오로지 의대 점수 따기 경쟁만 남은 한국 교육의 본모습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은 교육 개혁은 아예 멀리하고 단기적 문제만 해결하는 관리형으로 일관해 오다가 오히려 창의성 교육을 후퇴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젠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을 위해 국영수 위주의 전근대적 기능 교육보다 질문 및 토론을 중심으로 상상력과 창의력 융합력 등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스스로 공부’로 바뀌어야 한다.
2000년 초 동화를 쓰면서 독서 운동을 해오던 인근 초등교 선생님 몇 분이 내 연구실을 찾았다. 아산 거산분교는 학생이 점점 줄어들어 폐교 선고를 받았는데 이 선생님들이 시골인 거산초로 전근을 자원해 생태 혁신 학교로 살리고 싶으니 자문위원장직을 수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선생님들과 상의해 우선 아이들 체험 학습을 도울 유기농 전문가, 양봉 전문가, 숲 해설가, 수의사, 건축사 등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봄이면 나물을 채취하고 쑥을 뜯어 운동장에 모여 찐 찹쌀을 떡메로 쳐 쑥인절미도 만들어 먹었다. 양봉전문가는 벌에 쐬지 않고 벌통에서 꿀 따는 법을 가르쳐 주어 아이들이 직접 꿀을 따 먹도록 해 주니 신이 났다. 아이들이 직접 텃밭 농장에 심은 고구마는 물론 가을엔 배추로 절임 김치를 담가 우리 집으로도 보내 주었다. 급식용 채소들도 아이들이 직접 재배했고 나머진 주변 농민들이 생산한 로컬 푸드로 공급해 ‘유기농 무상 급식’을 실현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연 체험 수업을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에 직접 참여하면서 공부가 재미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에서 학생들이 전학을 왔다. 게다가 주말이나 방학이면 다른 학교 선생님까지 버스를 대절해 거산초교의 수업 방식을 배우러 몰려왔다.
이렇게 시작된 거산분교의 혁신 교육은 3년 만에 전교생이 150명을 넘자 2005년 전국 최초로 분교가 본교로 승격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2007년엔 경기교육감 선거에 나선 김상곤 교수가 찾아와 거산의 혁신 교육에 대해 들은 뒤 ‘유기농 무상 급식’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진보 계열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자 700여 개의 혁신 학교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다음 해 보수 정권으로 바뀌자 일제 강점기와 독재 정치의 전유물이었던 전국 학력 고사가 부활되면서 혁신 교육은 위축되었고 ‘김치 된장 청국장’ 노래도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난 몇 년 전 아산의 거산초가 전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학교로 뽑히고 미래의 자연 학교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 십여 명 남짓했던 초기 동네 출신 거산 졸업생들이 다들 한국 명문대와 미국 아이비리그에도 합격했다는 소식이 기쁨을 더해 주었다. 당시 난 이 학생들이 거산 졸업 후 이어지는 입시 지옥 생활을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오래 전 졸업식 때 이 학생들이 써 책으로 묶어 준 ‘감사의 편지’를 꺼내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학생 들마다 답이 죄다 다를 수 있는 각자만의 상상의 메타버스 세상이 올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답이 오직 하나로 사고를 경직시키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킬러 문항이나 만드는 전근대적 이상한 교육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제 위원들이 오로지 변별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면피용으로 만든 킬러 문항이 결국 사교육비를 25조 원에 이르게 만들고 아이들을 입시 지옥에 빠뜨린 것이다.
수학의 경우 미국의 SAT는 그저 중학교 수준의 미적분 개념의 이해를 구하는 기본 학력만을 요구한다. 독일은 의대 등 지원자가 많은 대여섯 개 학과만 입학생 수를 제한하는데 수용 가능 인원을 초과할 경우 20%는 아비투어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배정되고, 20%는 입학 대기자에게 돌아가 대기할수록 점수가 높아져 웬만하면 의대도 2~3년 정도 기다리면 들어갈 수 있다. 나머지 60%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선발하는데 일반 학과는 아비투어 성적표와 지원서를 제출하면 대체로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은 입학이 쉬운 대신 대학의 학과 시험과 졸업 사정이 매우 까다로워 자신의 능력을 넘어 무리하게 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중간에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자연 해소된다.
일생 단 한 번 써먹을 일도 없는 요령만 키우는 킬러 문항을 숙지하기 위해 밤 12시까지 학원에 다니는 등 극히 비효율적인 ‘돌격 앞으로 킬러 입시’ 생지옥을 4차 산업혁명 사회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자연 체험과 발표·토론 위주의 ‘스스로 공부’ 축제로 바꿔보자.
그 후 10여 년이 지난 몇 년 전 아산의 거산초가 전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학교로 뽑히고 미래의 자연 학교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 십여 명 남짓했던 초기 동네 출신 거산 졸업생들이 다들 한국 명문대와 미국 아이비리그에도 합격했다는 소식이 기쁨을 더해 주었다. 당시 난 이 학생들이 거산 졸업 후 이어지는 입시 지옥 생활을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오래 전 졸업식 때 이 학생들이 써 책으로 묶어 준 ‘감사의 편지’를 꺼내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학생 들마다 답이 죄다 다를 수 있는 각자만의 상상의 메타버스 세상이 올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답이 오직 하나로 사고를 경직시키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킬러 문항이나 만드는 전근대적 이상한 교육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제 위원들이 오로지 변별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면피용으로 만든 킬러 문항이 결국 사교육비를 25조 원에 이르게 만들고 아이들을 입시 지옥에 빠뜨린 것이다.
수학의 경우 미국의 SAT는 그저 중학교 수준의 미적분 개념의 이해를 구하는 기본 학력만을 요구한다. 독일은 의대 등 지원자가 많은 대여섯 개 학과만 입학생 수를 제한하는데 수용 가능 인원을 초과할 경우 20%는 아비투어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배정되고, 20%는 입학 대기자에게 돌아가 대기할수록 점수가 높아져 웬만하면 의대도 2~3년 정도 기다리면 들어갈 수 있다. 나머지 60%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선발하는데 일반 학과는 아비투어 성적표와 지원서를 제출하면 대체로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은 입학이 쉬운 대신 대학의 학과 시험과 졸업 사정이 매우 까다로워 자신의 능력을 넘어 무리하게 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중간에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자연 해소된다.
일생 단 한 번 써먹을 일도 없는 요령만 키우는 킬러 문항을 숙지하기 위해 밤 12시까지 학원에 다니는 등 극히 비효율적인 ‘돌격 앞으로 킬러 입시’ 생지옥을 4차 산업혁명 사회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자연 체험과 발표·토론 위주의 ‘스스로 공부’ 축제로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