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교합이 많아진 이유 - 임성훈 조선대 교정학교실 교수
2023년 07월 05일(수) 19:10
유인원은 물론 원시인의 화석에서는 대개 치열이 가지런하며, 사랑니까지도 완벽히 배열돼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절반 이상에서 부정 교합이 나타나며, 사랑니는 많은 경우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여 빼게 된다. 이렇게 현대인에서 부정 교합의 유병률이 극도로 높아진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수렵 채집한 동식물을 불을 이용해 조리할 수 있게 되고, 이어서 농경 시대가 도래해 더욱 부드러운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턱의 크기는 많이 감소했으나, 치아의 크기는 그다지 감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

가지런한 치열은 대개 턱이 크거나 치아가 작은 편인 사람에서 나타나며, 덧니가 심한 사람들은 대체로 치아가 크거나 턱이 작다. 간혹 턱은 크고 치아가 작은 경우에는 치아 사이에 빈 곳이 생길 수 있지만 한국인은 이런 경우가 드물고, 흑인과 백인이 더 흔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원시인처럼 거친 음식을 하루 종일 씹는다면 턱의 크기를 키우고 부정 교합을 예방할 수 있을까? 동물 실험에서 씹는 운동을 제한하면 턱의 크기가 작아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정상적인 기능(운동)은 턱의 정상적인 발육을 이루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그러나 정상보다 더 많이 씹는 경우에는 턱의 크기가 커지기보다는 단지 근육과 뼈가 두꺼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인류의 경우 원시인보다 턱이 작아져도 생존에 불리한 점이 없었기 때문에 턱이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치아의 크기는 기능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진화 과정에서 모든 치아의 크기가 일률적으로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 치아에 국한돼 작아지거나 결손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자주 결손되는 치아들은 각 치아 기능군에서 맨 뒤에 위치하는 치아들로 서서히 퇴화하고 있다고 생각되나, 현대인에서 하나 이상의 사랑니가 결손될 확률은 25%에 불과하고, 사랑니 외의 치아가 결손될 확률은 5%에 불과하다. 결손치 없이 모든 치아를 가지고 있다면 작아진 턱으로 인해 덧니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턱에 비해 치아가 커서 덧니가 생긴 경우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최근 들어 입천장에 작은 임플란트를 심어서 턱을 좌우로 넓히는 교정 치료법이 많이 발전했다. 이에 따라 치아를 뽑지 않고 교정 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늘어났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어금니가 반대로 물릴 정도로 위턱이 좁은 경우가 아닌 한 바람직하지 않은데, 이는 혀의 크기가 턱을 넓힌다고 커지지 않으며, 결국 혀의 크기에 맞추어 치열이 수축하면서 다시 덧니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주어진 턱의 크기에 맞추어 치아를 배열할 수밖에 없다.

원시인의 화석에서는 앞니가 유인원과 비슷하게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돌출되어 있다. 작은 턱에 큰 치아를 배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이처럼 앞니를 앞으로 기울여 돌출시키는 것이지만, 이 경우 입술도 원시인처럼 돌출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치아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치아 옆면의 법랑질을 조금씩 갈아낼 수 있으나, 이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공간은 대개 위턱, 아래턱 각각 3~4㎜ 정도여서, 경미한 덧니가 있는 경우에만 적합하다. 또한 사랑니를 뺀 자리로 어금니들을 뒤로 밀어서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사랑니가 있었던 부위에 잇몸뼈가 충분해야만 뒤로 밀 수 있으며, 좌우 합쳐서 4㎜ 이상의 공간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덧니가 심할수록 치아를 빼서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즉 치아의 수를 줄여서 턱과 치아의 크기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작은 어금니를 상하좌우 하나씩 총 네 개를 빼서 덧니를 배열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드리면 많은 보호자들께서 이를 빼지 않고 치료할 수는 없는지 물어 보신다. 법랑질을 갈아내거나 어금니를 뒤로 미는 방법으로 치료를 시뮬레이션 했을 때 좋은 결과가 얻어진다면 이러한 방법들이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덧니가 심한 상태라면 대개는 작은 어금니를 상하좌우 한 개씩 빼서 교정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아를 빼서 교정 치료를 하는 방법이 턱뼈와 치아 크기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경우가 많으며, 심미적인 입술 형태를 만들면서 치료 결과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턱뼈가 삐뚤어진 치아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경우에만 이를 빼지 않고 교정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대인, 특히 한국인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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