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 마스크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03월 21일(화) 01:00
어제부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의무가 해제됐다. 2020년 10월 13일 이후 꼭 888일,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하지만 병·의원과 감염 취약 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여전히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 해제 시행 첫날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그대로 착용했다.

그동안 마스크는 피부의 일부나 다름없었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입에서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는 심리적인 방패였다.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지다 보니 눈매 만으로도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 대란’을 겪기도 했다. 마스크 가격이 껑충 뛰었음은 물론 구매가 어려워졌다. 급기야 정부는 개인당 구매 가능한 요일과 매수를 제한하는 ‘5부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즈음엔 접하기 힘든 백신보다 ‘KF94’ 마스크가 유일한 희망처럼 여겨졌다.

대구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했을 때 광주시와 여러 민간단체에서 마스크를 지원했다. 여유 있는 병상도 제공했다. 타 지역에서도 발 벗고 나섰다. 의료진들은 유례없는 팬데믹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구로 달려갔다. 이러한 지역간 연대와 공동체 정신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커다란 힘으로 작용했다. 또한 직접 상대의 입을 보며 소통하는 사회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만들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은 마스크를 완전히 벗어 던질 수 없다. 그러나 대유행의 정점을 지난 데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면서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의 표정도 여유로움을 되찾았다. 개인에 따라 선택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벗는 모양새다. 코로나 초기에 경직돼 있던 모습과 천양지차다.

우리에게 마스크는 물고기의 아가미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제 마스크를 벗고 생동하는 봄기운을 한껏 호흡해 본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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