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심한데 동파까지…“버려지는 물 어떡하나”
2023년 01월 26일(목) 20:00 가가
[수도관 동파 수리 현장 가보니]
최악 가뭄 속 최강 한파 이중고
광주 이번 겨울 피해 접수 잇따라
설명절 피해 늘어 수리 의뢰 빗발
예약 밀려 제때 수리도 어려워
오래된 배관 팽창하며 파손도
서민들 수리비용 부담 ‘한숨만’
최악 가뭄 속 최강 한파 이중고
광주 이번 겨울 피해 접수 잇따라
설명절 피해 늘어 수리 의뢰 빗발
예약 밀려 제때 수리도 어려워
오래된 배관 팽창하며 파손도
서민들 수리비용 부담 ‘한숨만’
“설 명절 집을 비운데다 한파까지 겹쳐 동파 수리 의뢰가 빗발치는데, 가뭄에 동파로 버려지는 물이 너무 아깝네요”
26일 오전 광주시 북구 각화동 한 아파트에서는 공사현장을 방불케하는 드릴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최정혜(여·45)씨 집에서 파손된 수도관을 수리하기 위해 베란다 벽을 뜯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최씨는 동파를 확인한 지난 25일 곧장 수도관 출장 수리 업체에 전화했지만 예약이 밀려있어 하루 뒤에나 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업체에도 전화해봤지만 다들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하루 동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최씨는 “전날 세탁기를 돌렸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심장이 철렁했다”며 “설 명절에 친정인 해남을 4일간 다녀오면서 집을 비운 사이 보일러 급수 배관이 얼어붙어 버렸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날 수도관 설비에 나선 김동일(54)씨는 수도관을 물수건으로 덮은 뒤 뜨거운 스팀을 연신 뿌려댔다. 30분 가까이 지나 배관 외부를 타고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김씨는 “아이고” 탄식을 질렀다. 수도관이 파손됐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도관의 물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했는데, 오래된 배관이 그걸 견디지 못하고 깨진 것”이라며 “파손된 부분을 찾으려면 드릴로 베란다 벽 일부를 허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 시간을 더 들여 추가 공사를 해야 하는데다 수리비도 30만~100만원 추가로 청구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결국 약 400㎠ 넓이의 베란다 벽을 부수고 나서야 파손된 배관 위치를 찾아냈다. 배관은 마치 풍선에 구멍이 난 듯 기이하게 팽창한 채 5㎝가량 찢어져 있었다. 파손된 배관을 잘라낸 뒤 열전도율이 낮고 동파에 강한 PVC배관으로 교체한 뒤에야 4시간여에 걸친 사투가 끝났다.
최씨네 처럼 설 연휴에 몰아친 ‘최강 한파’에 광주지역에서 수도관이나 수도계량기가 동파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수도관이 터지며 손실되는 물도 상당해 최악의 가뭄에 유실되는 물도 많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번 겨울 수도관 동파 피해는 25일까지 총 72건 접수됐으며, 이 중 설 연휴기간에만 40%(29건)가 집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가 집계한 것과 달리 실제 수도관 동파 피해사례는 훨씬 많다는 것이 주민들과 민간 수도 설비업체들의 이야기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공공수도관과 연결된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만 파악하고 수리하기 때문이다. 상수도사업본부가 관리하지 않는 개인의 집이나 사업장의 수도관은 민간 수도관 설비업체에 직접 수리를 맡기는 방식이다.
실제 광주지역 수도관 설비업체 측은 설 연휴 이후 동파로 인한 수리 요청이 두 배로 늘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수도관 설비업체 직원은 명절 전에는 하루 평균 1건 수준으로 수리 요청이 들어왔으나, 명절 이후에는 하루에 3~4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해빙작업이후 동파된 관을 찾아야 하는 경우에는 하루에 2건 밖에 수리를 할 수 없지만, 하루에도 수리를 요청하는 전화는 수십 통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업체측은 ‘기다리셔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설비업체 직원들은 배관이 대부분 베란다에 있어 한파에 취약한데, 명절에 장기간 집을 비운데다 한파까지 더해져 동파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광주는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동파에 취약한 집이 많다고 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값이 싼 동(銅) 재질 배관을 많이 쓰는데, 동 배관은 열 전도율이 높아 동파에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유례 없는 가뭄에 동파가 이어지면서 가뭄 해소가 더 어려워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수리에 나선 김씨도 지난 24일 한 공장의 옥상 물탱크 배관이 동파되면서 물탱크의 물이 그대로 쏟아져 전부 얼어붙은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물탱크 배관을 수리하면서 버려진 물이 수백ℓ는 될 것”이라고 탄식했다.
수도관 설비업체 관계자는 “가뭄이라고 하지만 동파로 수도관이 파열될 시 흘리는 물이 더 많고, 수도세보다 배관 동파시 들어가는 수리비가 더 비싸다”며 “동파를 막으려면 외출할 때 물을 조금씩이라도 틀어놓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26일 오전 광주시 북구 각화동 한 아파트에서는 공사현장을 방불케하는 드릴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최정혜(여·45)씨 집에서 파손된 수도관을 수리하기 위해 베란다 벽을 뜯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최씨는 “전날 세탁기를 돌렸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심장이 철렁했다”며 “설 명절에 친정인 해남을 4일간 다녀오면서 집을 비운 사이 보일러 급수 배관이 얼어붙어 버렸다”고 울상을 지었다.
결국 약 400㎠ 넓이의 베란다 벽을 부수고 나서야 파손된 배관 위치를 찾아냈다. 배관은 마치 풍선에 구멍이 난 듯 기이하게 팽창한 채 5㎝가량 찢어져 있었다. 파손된 배관을 잘라낸 뒤 열전도율이 낮고 동파에 강한 PVC배관으로 교체한 뒤에야 4시간여에 걸친 사투가 끝났다.
최씨네 처럼 설 연휴에 몰아친 ‘최강 한파’에 광주지역에서 수도관이나 수도계량기가 동파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수도관이 터지며 손실되는 물도 상당해 최악의 가뭄에 유실되는 물도 많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번 겨울 수도관 동파 피해는 25일까지 총 72건 접수됐으며, 이 중 설 연휴기간에만 40%(29건)가 집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가 집계한 것과 달리 실제 수도관 동파 피해사례는 훨씬 많다는 것이 주민들과 민간 수도 설비업체들의 이야기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공공수도관과 연결된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만 파악하고 수리하기 때문이다. 상수도사업본부가 관리하지 않는 개인의 집이나 사업장의 수도관은 민간 수도관 설비업체에 직접 수리를 맡기는 방식이다.
실제 광주지역 수도관 설비업체 측은 설 연휴 이후 동파로 인한 수리 요청이 두 배로 늘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수도관 설비업체 직원은 명절 전에는 하루 평균 1건 수준으로 수리 요청이 들어왔으나, 명절 이후에는 하루에 3~4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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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한파로 광주지역에서 동파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관 설비업체 직원이 26일 광주시 북구 각화동 한 아파트에서 동파된 수도관을 수리하고 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
설비업체 직원들은 배관이 대부분 베란다에 있어 한파에 취약한데, 명절에 장기간 집을 비운데다 한파까지 더해져 동파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광주는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동파에 취약한 집이 많다고 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값이 싼 동(銅) 재질 배관을 많이 쓰는데, 동 배관은 열 전도율이 높아 동파에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유례 없는 가뭄에 동파가 이어지면서 가뭄 해소가 더 어려워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수리에 나선 김씨도 지난 24일 한 공장의 옥상 물탱크 배관이 동파되면서 물탱크의 물이 그대로 쏟아져 전부 얼어붙은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물탱크 배관을 수리하면서 버려진 물이 수백ℓ는 될 것”이라고 탄식했다.
수도관 설비업체 관계자는 “가뭄이라고 하지만 동파로 수도관이 파열될 시 흘리는 물이 더 많고, 수도세보다 배관 동파시 들어가는 수리비가 더 비싸다”며 “동파를 막으려면 외출할 때 물을 조금씩이라도 틀어놓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